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의병전투 (1)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의병전투 (1)
  • 김재춘 기자
  • 승인 2019.12.09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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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때 日 군량(軍糧) 조선서 조달

인류사상 불변의 전쟁지도서로 전해지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작전(作戰)편에 이런 지침이 있다

 ’대체로 전쟁을 하려면(범용병지법凡用兵之法) 치차(馳車:전차 또는 병차:將2인 卒 72인이 따른다)가 천사(千駟(천태千台)), 혁차(革車:치거에 뒤따라 무기 양식을 나르는 수레. 卒 25인이 따른다)가 천승(千乘:千台), 대갑(帶甲:무장한 병사) 십만에 천리 먼 곳까지 군량 등을 보내는데(천리식량千里食糧) 하루 천금의 돈이 든다(일비천금日費千金)’

 사駟나 승乘은 말 네마리가 끄는 수레의 단위다. 군사 10만이 천리를 움직여 싸우는데 먹고, 자고, 입는 군수물자와 화살 등 각종 전투용품을 운반하는데 말 4천마리가 끄는 수레 1천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풍신수길은 침공작전 전까지 구주(九州)의 전진기지 나고야에 48만명의 1년치 식량과 말 먹이 등을 집결시킨 것으로 되어 있다. 부산까지는 2천척의 배로 실어 나를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 작전계획에는 병력은 물론 군수물자의 대부분을 조선의 남서해를 돌아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금강, 한강, 대동강 등을 이용하여 내륙 깊숙이 수운(水運)으로 운반하려 했다.

 그러나 서해를 도는 수륙병진책은 이순신에 의해 초전에 봉쇄되고 말았다.

 본국으로 부터의 모든 군수물자는 부산까지 배로 나르고 거기서 부터는 육로(陸路)를 이용하는 육운(陸運)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조선의 육로는 매우 발달되지 못한 상태였다. 작은 운반은 지게로 했고, 좀 큰 운반은 달구지로 했으나 이웃마을 사이 정도였고, 세미(稅米) 등의 큰 운반은 배로 강과 가까운 바다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일본군은 군수물자 수송에 큰 애로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개전 초기에는 그들은 큰 어려움 없이 전투에 전념할 수 있었다.

 군수물자 가운데 가장 큰 문제인 군량은 얼마든지 현지 조달이 가능했었다.

 전격전으로 몰아 붙인 바람에 조선군은 미처 군량창고를 불 태우거나 운반하지 못한 채 도망가기 일쑤였다. 민가에서도 식량은 얼마든지 약탈할수가 있었다. 음력으로 5월이나 6월에 조선에서는 쌀 다음의 식량인 보리를 수확하는 계절이었다.

 손자의 병서 작전편에 ’무기 등 전투용품은 자기나라 것을 가져다 쓰고(취용어국取用於國) 군량은 적으 것을 빼앗아 먹어야(인량어적因糧於敵) 군대의 식량이 넉넉할 수 있다(고군식가족야故軍食可足也)’면서 그 까닭을 ’적의 식량 1종(鍾:6石4斗)은 이 편의 20종과 맞 먹고(식적일종당오이십종食敵一鍾當吾二十鍾) 적의 기간(말 먹이 콩깍지와 볏짚) 1石(1백20근)은 이 편의 20석과 맞 먹는다’고 했다.

 까막눈 풍신수길이 손자병법을 읽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타고난 군사 전략가인 그가 이 이치를 모를리 없었다.

 침공 전 조선 전역에 침투시킨 밀정들을 통해 팔도의 식량 보유량을 샅샅이 조사해 두었다.

 경상도 70군(郡) 280만石, 전라도 58군 226만石, 충청도 56군 99만석, 경기도 39군 77만석, 강원도 26군 40만석, 평안도 24군 1백80만석, 황해도 42군 73만석, 함경도 24군 200만석으로 모두 1천여만 石으로 파악했다. 좀 과장된 수량이었던 것 같다.

 6월8일 그때까지 경상도 창원에 머물고 있던 6번대 부장 안국사 혜경은 수길에 서면으로 각 城에는 쌀이 보통 4천내지 5천여石씩이 있고 잡곡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보고했다. 이달 15일 평양성을 점령한 소서행장은 조선군이 버리고 간 쌀이 10만석이나 창고에 쌓여있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11월에 흑전장정이 황해도 일대에서 2만석의 군량을 모으자 수길이 이를 칭찬했다.
     

 양재숙(梁在淑) 본사 수석논설위원 
  옮긴이 김재춘(金在春)
 1992년 5월7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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