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의병전투 (3)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의병전투 (3)
  • 김재춘 기자
  • 승인 2019.12.13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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義兵將들 관료출신 儒林 財力·명망으로 모병(募兵)

관군과 의병의 구분은 사실에 있어서는 모호한 점이 많다.

 대체로 최고 지휘자가 수령, 방백 등 현직 관료일때 관군으로, 파직되거나 은퇴하여 초야에 묻혔던 전직 관료나 유생(儒生)일때 의병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의병군을 일으키고 나면 조정에서 그 최고 지휘자에 벼슬을 내려 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결국 기병(起兵) 시점의 구분 밖에 되지 않는다.

 전라도 의병장 高敬命은 동래부사에서 파직되어 고향에 있다가 기병, 조정에서 초토사(招討使)의 벼슬을 내렸으나 받지 못한채 금산에서 전사했다. 최경회(崔慶會)는 녕해(寧海)부사, 김천일(金千鎰)은 판결사(判決事)를 지냈으며 충청도 의병장 조헌(趙憲)은 현감을 지낸바 있었다.

경상도 의병장 곽재우(郭再祐)는 과거급제 했다가 취소되는 바람에 초야에 묻혀 있다가 기병, 한때 절도사(節度使)의 벼슬을 받았으나 모함을 받아 귀향살이 후에는 그대로 다시 초야에 묻혔으며 永川수복전의 영웅 권응주(權應주)는 훈련원 봉사를 지낸바 있었고 기병 후 경상도 병마절도사가 되었다.

 그런가하면 함경도 의병장 정문부(鄭文孚)는 현직 북도병마평사(北道兵馬評事)로 있다가 관군이 무너지면서 의병들에 의해 최고 지휘자로 추대 되어 싸웠다.

 군사들은 더욱 애매하다.

 당시 조선의 병역제도는 兵農일치제로 소집 대상자라 해도 군포(軍布)를 내고 집에 서 농사를 짓고 있다가 관아에 의해 소집되어 가면 관군이 되고 의병장의 모집에 응하면 의병군이 되었다. 관군이라 할지라도 일부 상비병을 제외하고는 큰 전투가 있으면 소집되었다가 전투가 끝나면 의병군과 같이 해상되어 집에서 농사를 짓게되어 의병군과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그래서 모병과정에서 수령 방백들과 의병장들이 서로 경쟁도 했고 고을 수령들이 의병으로 나간 집에 관군으로 나오지 않았다 해서 부모처자를 잡아가두는 등의 압력을 넣는 넌센스도 있었다.

 실제 전투도 관군과 의병의 구별없이 합동작전이 많았고 통합 지휘 또한 관록에 따라 의병장이 맡기도 했고 관군 장수가 맡기도 했다. 의병장 참모로 현직 군관이 배치된 경우도 많았다.

 의병장들은 전직 관료 출신들로 펴소 명망이 높았고 그지방 명문거족 儒林들로 튼튼한 재력과 많은 가솔(家率)들을 거느리고 있어 가솔을 중심으로 주변 마을 장정들을 손쉽게 군사로 모을수 있었던 공통점이 있었다.

 의병군의 전투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볼수가 있었다. 하나는 국가방위 개념의 정규전이었다. 고경명 조헌군의 금산성 1·2차 공격전투, 김천일군의 진주성 2차 방어전투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다른 하나는 지역방위 개념의 비정규전 즉 유격전(遊擊戰·Guerillar warfare)이었다. 곽재우군의 기강(岐江)전투, 정암진(鼎巖津)전투, 김면(金沔)군의 우척현(牛脊峴)전투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城을 공격 탈환하는 등의 대규모 정규전은 정부군 역할을 의병들이 자진 수행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될수 있으나 군사적인 다른 의미는 없다고 하겠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 의병들의 유격전 활동이었다.

 전쟁이 터진 첫 해와 다음 해 여름 무렵까지 조선 전역에서 벌떼처럼 일어난 의병부대들은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천명까지 1백ㄱ수십개 부대에 이르렀다. 선조 26년 1월 明군에 통합된 의병수는 1만2,600명이었다.

 이들은 부산에서 한성까지 1천1백리(453km), 다시 평양까지 6백리(232km) 모두 1천7백리(685km)에 길다랗ㄱ 뻗친 일본군 보급로를 도처에서 밤낮없이 습격 차단함으로써 평양까지 깊숙이 쳐들어간 일본군을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로 빠트려 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선 의병들의 군사활동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양재숙(梁在淑) 본사 수석논설위원 
  옮긴이 김재춘(金在春)
 1992년 5월7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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