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의 성장과 그늘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그늘
  • 최낙관
  • 승인 2019.11.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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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경제의 침체로 인한 만성적 저성장과 빈익빈 부익부 그리고 이념적 대립과 계층 간 갈등 등 지금 우리 한국사회에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는 ‘거대한 후퇴’의 결과물인가? ‘거대한 후퇴’는 몇 년 전 세계적인 석학들이 전 세계를 강타한 권위주의 포퓰리즘의 득세와 그에 따른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기를 지적하며 그 징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책의 제목이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한 지구의 번영과 안정은 더 이상 지킬 수 없었던 약속이었음을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만일 ‘거대한 후퇴’에 대한 대안으로서 ‘거대한 전환’이 우리의 삶을 지키는 현실적인 목표라면, 기존의 시장경제(market economy)와는 다른 동기를 가진 사회적 경제로의 이행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0여년 동안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사회적 자본, 사회적기업 그리고 사회적 일자리 등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활사업과 사회적일자리 사업이 도입된 이후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되었고 이미 2013년 보건복지부는 사회적기업 1,500개 육성과 3만개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을 목표로 설정한 바가 있었다. 이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정부도 ‘제2차 사회적기업육성기본계획’에서 사회적기업을 2015년까지 2천 개소, 2020년까지 5천 개소로 확대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사회적기업의 설립은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우리 전라북도의 경우, 지역문제의 해결과 상생을 위한 사회적 경제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조직, 마을기업, 농촌마을 사업조직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전라북도에는 예비사회적기업 102개소, 인증사회적기업 140개소(전국 4위)로 총 242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시부가 195개소(80.6%)로 군부 45개소에 비해 절대적인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라북도의 인증사회적기업은 2008년 14개에서 2019년 현재 140개로 가히 폭발적인 양적 팽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양적 성장이 곧 성공과 등치 시킬 수 없다는 데 있다. 문제의 출발은 사회적기업이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사회적기업이란 유료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을 하는 조직이지만, 공익적인 성격이 강하고 개인의 창의성 이상으로 집단의 연대성이 강조되는 기업을 지칭한다. 사회적기업이 ‘기업적 속성’과 함께 사회적 성격인 ‘사회적 목적’과 ‘사회적 소유’에 존재의 근거를 두고 있기에 영리와 공익추구라는 상호 배타적인 이중적 구조 안에서 ‘목적전치’(goal displacement)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즉 일차적으로 생존을 위해 공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윤추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아가 이로 인한 생존경쟁이 생존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때, 이용자에 대한 차별이나 조직구성원에 대한 착취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 지역사회 내 몇몇 사회적기업들의 파열음들이 이유를 불문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예컨대 순창 농업법인 ‘이상촌’ 보조금 횡령 의혹이나 ‘전주비빔빵’ 천년누리푸드의 임금 채불 및 고용지원금 편취 의혹 등이 바로 그렇다. 핵심은 사회적기업이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 위에 국민의 세금인 정부지원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시키는 성과 중심의 무분별한 지원이 만들어낸 ‘도덕적 해이’라고 본다.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의 조건이 무엇인지 곱씹어 보는 자기반성적 성찰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창간 31주년을 맞는 전북도민일보에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며, 지역의 문제와 이슈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사명으로 전북도민일보가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데 최일선에서 견인차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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