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백두대간 넘은 가야인 기상 찬란한 역사 깊은 잠 깨운다
[창간] 백두대간 넘은 가야인 기상 찬란한 역사 깊은 잠 깨운다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11.21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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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전북-가야문화 재발견

 1982년 남월 월산리 고분군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백제의 무덤으로 생각했던 월산리 고분군에서 쏟아진 가야 유물들을 시작으로 진안고원과 남원 운봉고원 일대에서 5~6세기 동안 형성된 가야계 무덤들이 계속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장수군 동촌리에도 대규모 고분이 발견됐다. 올해 11월 7일 문화재청 국립완주·나주 문화재연구소는 남원시 아영면 청계리 고분군 현장에서 전북권 최대의 가야 유물을 발견했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가야사 연구 및 복원을 통합 영·호남의 화합’이 대통령의 100대 과제에 포함된 지 어느새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전라북도는 2017년 ‘전북가야 선포식’을 통해 전북가야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렸고, 올해 10월 장수군 동촌리 고분군이 국가 사적 제552호로 지정됐다. 이제 가야 역시 전북의 역사이자 문화컨텐츠로 비상(飛上)을 꿈꾼다. <편집자주>  

 ▲현재까지 발굴한 가야의 유물과 추정

 가야의 흔적은 곽장근 군산대학교 역사철학부 교수가 주장한 것처럼 영남과 뿌리가 다르다. 곽 교수는 마한이 특정시기에 가야문화를 수용해 가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남가야와는 달리 봉수와 제철유적을 통해 가야의 유산을 재조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사적 제542호), 남원 월산리고분군(전라북도기념물 제138호), 장수 삼봉리 고분군(전라북도기념물 제128호), 장수 동촌리 고분군(사적 제 552호)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졌다. 허나 문화재청이 발행한 ‘가야유물총서’에 따르면 완주삼봉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부지 내 누역, 진안 황산리고분군, 무주 대차리고분군, 임실 석두리·도인리 유적, 완주 배매·구억리산성, 장수 합미·침령산성등 도내에서 발견된 무덤, 유적, 산성, 봉수등 아직도 연구해야할 가야의 유적이 산적해있다.

 더불어 동촌리 고분군은 지정과정에서 지정신청면적 8만 제곱미터이었으나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신청면적의 3배에 달하는 21만 제곱미터를 지정하라는 심의결과를 받아 오히려 그 면적이 3배나 넓게 지정됐다.

 곽 교수는 “최근 단기간에 2건 사전을 지정받았다는 점을 미뤘을 때 전부 가야의 유적 역사성은 탁월하다”며 “지속적인 발굴을 통해 가야연구를 확충하고, 젊은 사학자들이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발전 전략으로 “학술연구보다 문화재를 지정받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문화재로 지정을 받으면 유적도 살리고 정부 지원을 받아 미래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권에 잠든 가야, 연구 가능성 넘쳐

 지난 11월 15일 전라북도가 주최하고 전북사학회와 우석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한 ‘전북지역 고대정치세력과 가야학술대회’에서 전북 동부권의 가야 유적들과 더불어 가야 왕국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이용현 학예연구사는 ‘기문·대사와 그 주변’을 발표하며 낙동강 연안설과 섬진강 연안설을 소개했다. 기문(己汶)은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등장하는 백제와 가야의 접경지역에 있었던 지명으로 6세기 전반 백제와 가야제국 사이에서 존재한 지역이었다. 대사(帶沙) 역시 백제와 가야의 접경지역에 있었던 섬진강 하류 지명(일본서기)으로 지금의 하동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이곳에 대사진(帶沙津)이라는 가야와 왜의 교역항구가 있었다. 이용연 학예사는 기문의 영토를 섬진강 연안설로 재확인하며 길게는 섬진강 하류의 하동까지 완전히 영유했다고 보았다.

 이어 국립해양박물관 백승옥 학예연구실장은 ‘반파국’에 대한 위치에 대해 기존 학계에 제출된 남원설, 장수설, 성주설, 고령설 등 각 견해의 문제점을 검토했다.

 반파(伴跛)는 기문 땅을 두고 백제와 전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봉수를 운영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소국이다. 그리고 장수에 설치된 봉수는 가야사 향방에 실마리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백승옥 학예실장은 장수설에 대해 신중론으로 마무리를 지었지만 반파국이 기문땅과 지리적으로 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유물 발굴과 가야사 연구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향후 한국사 연구에 중요한 방향이 될 수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 전북 가야 문화, 이야기와 공감이 있는 컨텐츠 돼야

 이토록 가야의 역사 문화가 전북권에 존재했다는 것으로도 전북 문화는 탄탄한 대로를 갖게 됐다. 장수군은 올해 10월 4일 ‘장수가야홍보관’을 개관하고 유물 전시와 더불어 전라북도 지역의 가야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패널, 홀로그램 등으로 알리고 있다. 특히 2층에는 트릭아트를 통한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야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장수군은 2022년 개관을 목표로 ‘장수가야 역사관’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컨텐츠 측면으로는 지난 11월 8일 전라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이 선뵌 ‘숨겨진 철의 왕국! 장수가야’는 장수 고분군에서 발견한 청동거울과 마구(馬具), 봉수대등을 모티브로 한 아름다운 무용극이다. 그동안 낯설게 여겼던 ‘장수가야’라는 역사적 베일을 떼고 지역민에게 자긍심의 고취뿐만 아니라 전북의 역사에 가야가 함께 했다는 것을 드러낸다.

 앞으로 나서야할 것은 종합적인 ‘전북가야문화’ 개발로 전북권의 문화컨텐츠 확충하는데 있다. 단지 발굴현장 인근지역에서의 축제 뿐 아니라 구체적이고 참여가능한 컨텐츠 개발이 절실하다는 것. ‘올레길’, ‘둘레길’ 같이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가는 ‘가야길’ 만들기, 연극, 음악, 영화 등 문화컨텐츠 제작 지원 및 공연, 장수가야 체험프로그램 개발로 지속적인 생명력 활성화 등이 방법이다. 곽장근 교수는 문화재 활용 예시로 ‘봉수 문화재 레이저 아트’를 소개했다. 빛을 사용한 봉수의 모습에서 레이저를 사용, 선조들의 뜻과 봉수 유적을 첨단기술로 가깝고도 새롭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북권의 문화컨텐츠들에 담긴 이야기들은 유래와 역사적 사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공감성’ 확보에 집중해야 국민 전체가 전북권의 가야에 대해 이해와 감상을 나눌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북도민들이 이 땅의 역사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예술문화의 발전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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