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악순환과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증오의 악순환과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 이정덕
  • 승인 2019.11.18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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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 후 좌우대립은 목숨을 건 대결이었다. 북한이 남침한 6.25를 거치며 심각한 인명살상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 부정선거와 독재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독재정권과 이에 저항하는 세력들 사이의 심각한 투쟁이 지속하였고 1980년대 말에 와서야 결국 독재세력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1997년 IMF 위기로 야당이 처음으로 정권을 잡았고 그 이후 몇 번의 정권교체가 있었다. 1980년대 말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이 정착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갈수록 한국사회에서의 분열이 심해지고 있다. 민주적 과정의 핵심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며 타인의 의견도 그만큼 존중해주면서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거나 다수결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발언의 자유는 확대되었지만,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며, 한국사회가 더욱 분열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서로 적으로 간주하며 합의점을 찾거나 다수결로 결정하기보다는 상대를 죽여야겠다며 적으로 간주하며 싸우는 데만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사회 전체가 전쟁판같이 작동하고 있다. 상당수의 지도자나 언론들이나 또한 인터넷 공간들이 이러한 전쟁판을 부추기는 혐오의 발언과 가짜뉴스를 확산시키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에서 어느 정도 분열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로 의견이 다르고 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사회에서는 여러 의견이 분열되어 나타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민주적 분열은 서로 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의견이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더욱 많은 사람을 설득하여 다수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서로 적으로 생각하여 무조건 상대를 욕하듯이 비판하며 무너뜨리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가 쇠락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나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섬뜩하다. 증오의 발언이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경원 대표가 나오면 채널을 바꾸는 경우도 자주 있다. 어제 나 원대대표는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27일 부의(토론의 부침)와 3일 부의를 운운하며 협상을 말하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협상방해”라며 “여당과 국회의장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무효를 선언하라”며 “그래야 진정한 협상이 가능하고 그동안의 불법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에 대해서는 “일차원적인 반일감정에 사로잡혀 내린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자신들도 수습하지 못하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며 “아마추어 안보정권의 한심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증오의 발언들이 조선일보 등의 언론이나 인터넷 발언대에도 가득하여 증오심을 확대시키고 있다.

 민주당도 자유한국당이나 조선일보보다는 조금 낫지만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나경원 원대대표의 국회 패스트트랙 방해와 관련한 검찰 출석을 언급하며, “국회법 위반에 대해 일말의 반성이 없다”며 “지켜보니 오히려 염치가 없다고 할 정도로 뻔뻔스럽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표가 증오로 가득 찬 언어로 상대 당의 원내대표를 공격하고 있다.

 이러한 증오의 발언들이 시민사회에서 서로 적대시하며 공격하는 발언을 자극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좋지 못해 우경화가 심해지며 증오발언도 많아지고 있지만, 이를 부추기는 정치지도자들이나 언론들이 더욱 문제이다. 자기편만 결집하려 악의적인 발언만 계속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러다 보면 정말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다. 정치인, 지도자, 언론은 영향력이 매우 큰 만큼 더욱더 자신을 성찰하고 전체의 민주적 과정도 고려하며 발언해야 증오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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