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없는 대표팀, 도쿄올림픽 비상등
'해결사' 없는 대표팀, 도쿄올림픽 비상등
  • 연합뉴스
  • 승인 2019.11.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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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박병호·6번 양의지 프리미어12서 대포·적시타 실종
김경문 감독 "중심 타선이 부담 못 이겨냈다" 이례적 평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시상식.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 박병호가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시상식.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 박병호가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야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한 김경문(61) 감독은 11년 전과는 크게 다른 점을 톡톡히 절감했다.

바로 타선 '해결사'의 부재다.

공격 야구를 선호하는 뚝심의 승부사 김 감독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막을 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해결사 없는 대표팀 타선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커다란 숙제를 떠안았다.

한국 야구는 프리미어12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라는 1차 목표는 달성했다.

그러나 영원한 라이벌 일본에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와 결승에서 거푸 패해 대회 2회 연속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8-10, 3-5라는 점수가 말해주듯 한일전의 2점 차는 충분히 극복할 수도, 아니면 영원히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격차다.

김 감독은 일본에 패한 뒤 "감독이 잘했다면 우승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자책하면서도 "중심 타선이 끝내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잘하든 못하든 평소 선수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 김 감독의 성향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평가였다.

박병호, 마지막 타석도...결국
박병호, 마지막 타석도...결국(도쿄=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아웃당한 한국 박병호가 고개를 숙이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2019.11.17 jjaeck9@yna.co.kr

그만큼 4번 타자로 중용된 박병호와 6번 타자 양의지가 너무 못 쳤다.

올해 프로야구에서 홈런 33개를 쳐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기대했던 대포를 생산하지 못하고 타율 0.179에 2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우승과 준우승, 희비 교차
우승과 준우승, 희비 교차(도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9회 초 2사 상황에서 한국 양의지가 삼진아웃 당한 뒤 허탈해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3대5로 한국이 패배했다. 2019.11.17 jieunlee@yna.co.kr

타격왕 양의지의 성적은 타율 0.087에 1타점으로 더 나빴다.

타순의 머리와 중심을 이루는 다른 타자들은 이름값을 했다고 볼 때 우리나라의 발목을 스스로 잡은 건 기대를 밑돈 박병호와 양의지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 역전 투런포 치는 이승엽
2008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 역전 투런포 치는 이승엽[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감독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딸 무렵, 대표팀에는 부동의 4번 타자 이승엽이 있었다.

이승엽은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결정적인 홈런과 장타로 '약속의 8회'를 만들며 한국을 구한 영원한 해결사다.

이승엽은 2008년 3월 올림픽 최종 예선에선 연일 불꽃 타를 터뜨리며 수년간 4번을 대표팀 지킨 김동주를 밀어내고 새로운 4번을 꿰찬 뒤 한국을 올림픽 본선에 올려놓고선 정작 본선에선 저조한 타격으로 고전했다.

그러다가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역전 투런포로 기사회생하고 쿠바와의 결승에서 선제 투런포를 거푸 날려 '역시 이승엽'이라는 찬사를 받고 한국을 살렸다.

당시 김동주, 이승엽, 이대호가 이루던 대표팀 중심 타선의 파괴력은 막강했다.

2015년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서 역전 2타점 적시타 친 이대호
2015년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서 역전 2타점 적시타 친 이대호[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승엽의 뒤를 이어 이대호가 2015년 1회 프리미어12 일본과의 4강전에서 9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날려 해결사의 맥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표팀엔 둘처럼 막힌 혈을 확실하게 뚫을 클러치 히터가 없다.

도쿄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예전보다 득점력이 떨어진 대표팀은 대만에 0-7로 '역대급 완패'를 당했고 이 탓에 미국에 기대어 '어부지리'를 노린 끝에 겨우 올림픽 직행 티켓을 따냈다.

슈퍼라운드에서 미국이 대만에 패했다면, 우리나라는 끝까지 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안심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도 있었다.

김 감독은 "야수나 투수 쪽에서 눈에 띄는 재목을 발견했다"며 새롭게 국제용 스타로 떠오른 이들에게 반색했지만, 중심 타선 구성 문제는 계속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를 대체할 마땅한 4번 타자 후보가 KBO리그에 없다는 점도 김 감독의 머리를 무겁게 한다.

'해결사'를 단시일 내에 육성할 수도 없고, '구세주'가 갑자기 등장하는 것도 아니기에 숙제 해결이 더욱더 어렵다.

이번에 부진했던 KBO리그 간판타자들이 내년 올림픽에서 반등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마냥 이를 기다릴 수만도 없는 형편이다.

도쿄올림픽 야구가 시작되는 내년 7월까지 야구 대표팀은 공격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상과제에 직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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