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조합은 역시 꿈같은 희망
환상적인 조합은 역시 꿈같은 희망
  • 이소애
  • 승인 2019.11.17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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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께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다는 신문 보도를 읽었다. 순간 뇌리를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환상적幻想的이란 어휘에 생각이 멈췄다.

  환상적이란 어휘를 어느 때 어떻게 원고지에 옮기는지 곰곰이 더듬어 보았다. 맛,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시간을 즐길 때를 환상적인 생각에 잠겼다고 말 할 수 있겠다. 맛은 본래 음식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뇌 속에 있다고 하니까.

  음악, 마지막 달력을 떼면서 들어보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 ‘환희의 송가’는 환상적인 세계로 초대하는 기쁨으로 영혼은 둥둥 구름처럼 떠다닌다.

  골프 선수이자 올림픽 여자부 골프 감독인 박세리는 IMF로 모든 국민이 실의에 빠졌을 때였다. 1998년 U.S. 여자오픈 당시 물에 빠지기 직전의 골프공을 치기 위해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샷을 날리던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던 그 모습을 환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자녀들의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며느리와 딸의 모습도 부모에게 환상적인 희망을 준 게 사실이다. 네온사인에 아름다움이 극치에 달하는 사랑의 풍경은 요즈음 단풍든 가을 풍경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색이었다.

  “영혼을 소홀히 하면 의미 상실, 무기력, 관계에 대한 환멸, 자기 비난, 폭력성과 중독 증세가 나타난다. 삶에 생기를 주는 중요한 부분을 잃었기 때문에 영혼이 아픈 것이다.”라고 한다.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영혼을 돌봄은 여행, 명상, 독서, 예술 활동, 자연과 가까워지는 일이다. 기억에 남길만한 감동적인 경험을 갖는 거다. 가령 차 한잔을 마시는 보통사람이 행하는 행위를 어떤 예술 감각으로 받아들인다면 나의 영혼이 성장함을 경험한다.

  환상적인 삶을 살기 위한 나의 태도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짧은 성찰이다. 나쁜 관계의 사람과 정리되지 않을 때 항상 하루의 매시간 불만족과 고통의 원인이 되어서 마음을 스산하게 만든다.

  “쉽고 편안한 환경에선 강한 인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련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만 강한 영혼이 탄생하고 통찰력이 생기고, 일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며, 마침내 성공할 수 있다.”라고 헬렌 켈러는 말했다.

  시련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의 영혼을 문학에 접목해 보는 일도 중요하다. 시는 기쁨과 환희의 분출구일 때도 있지만 마음과 존재가 무너지고 파괴될 때 세상 밖으로 토해내는 함성일 때도 있다. 그러기에 환상적인 삶을 우리 주위에서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하는 생명의 영혼은 문학과 친근하면 도움이 된다.

  내가 쓴 작품이나 책을 읽을 때 책 속에 담긴 한 문장 한 구절을 되새기며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다독이고 일으켜 세우며 사는 게 어떨까.

  시의 한 구절, 문장의 하나하나를 뜻있게 되씹는 일이 바로 생을 온화하고 훈훈하고 넉넉한 곳으로 이끌어 간다.

  마땅히 갈 디도 없고/ 호맹이로 가슴팍 파 재끼듯/ 상추밭이나 쪼다가/ 동구 밖에 나서는 할매// 못 견디게 괴로워도 울지 못하고,/ 눈물도 호강이제/ 큼큼 목청 가다듬더니/ 한 곡 뽑는다// 한숨 돌린 유모차가 흥얼흥얼/ 할매를 끌고 간다// 딱히 갈 디도 없으면서

  <눈물도 호강> 전문

  환상적인 하루하루를 사는 할매의 풍경인 졸작이다. 이 시를 떠올릴 때마다 나를 위로해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시 힘이 솟는다.

 

 이소애 시인/전주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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