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전라도방어전 (6)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전라도방어전 (6)
  • 김재춘 기자
  • 승인 2019.12.06 00: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왕조실록(王朝實錄) 4本중 全州本만 보존, 나머진 불타
경기전 전주사고

권율의 전라도 방어진 승리에 대해 "적이 다시는 호남을 엿보지 못하게하고 여기를 근본으로 삼아 수년간 나라를 지탱하였으며 동서로 군수(軍需)를 보탬에 있어 한번도 부족하거나 끊기지 않았으니 이 모두 公(권율)의 힘이었다.(적재불능규호남 賊再不能窺湖南 용위근본위국보장수년지간用爲根本爲國保障數年之間 동서비만이공군수말상지절東西飛輓而供軍需末賞之絶 공지력야公之力也)

 7월22일 이광(李洸)은 용인패전에 이은 전주성 방어전의 직무태만이 알려져 조정으로부터 파직되어 백의종군에 처해졌으며 대신 권율이 전라도 관찰사(감사)겸 순찰사에 임명됐다.

 전주성의 방어는 전라도의 보존을 통한 전쟁의 승리를 이끈데 그 의의가 그치지 않는다.

 전주의 경기전사각(慶基殿史閣)에는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이 보존되어 있었다.

 실록은 태조 이성계 이래 역대 왕조의 궁정 중심의 시정(時政)을 연월일 순에 의한 편년체로 기술한 조선왕조의 역사자료였다. 문명국가의 문화유산으로는 가장 귀중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조선왕조는 4부씩을 만들어 한성의 춘추관(春秋館), 고려시대 이래의 실록 보관처인 충주사고(忠州史庫) 그리고 全州史庫에 보관되었다.

 전쟁이 터질때 전주사고에는 명종(明宗)실록까지 13대 175년간의 실록이 제작되어 있었고 전쟁직전 1591년에 점검한 바로 825권 830책이 보관되어 있었다. 史庫에는 실록뿐아니라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등 귀중한 역사자료 25종 538책이 같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런데 전쟁이 터진뒤 한성의 춘추관, 충주사고, 성주사고 보관 실록과 전적(典籍)이 모두 타 한줌 재가 되고 말았다. 전주사고의 실록이 유일한 명맥이 되었다.

 경기전에는 당시 조정으로서는 실록 못지않게 귀중하게 여기던 태조의 영정(쉬용)이 봉안되어 있었다. 쉬용은 함경도 영흥(永興) 평안도 평양(平壤) 경기도 개성(開城) 경상도 경주(慶州) 전라도 全州 등 5전(殿)에만 보관되어 있었다. 쉬용 또한 全州외에는 모두 불타 없어졌다.

 6월에 접어들면서 李洸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일본군이 언젠가는 전라도에 침공해 올것이고 전주성이 함락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문관 출신이어서인지 전투에는 무능했고 겁먹고 도망다녔지만 쉬용과 실록의 보존에는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무관 김홍무(金弘武) 수박 한춘(韓春)과 함께 피난시킬만한 곳을 샅샅이 찾아다닌 끝에 井邑 내장산(內藏山) 깊숙이 은적암(隱寂庵)을 발견했다. 부근에는 용굴암(龍窟庵)도 있었다. 쉬용과 실록의 중요성을 알고 목숨걸고 지킬 선비를 찾았더니 태인(泰仁)에 사는 안의(安義)와 손홍록(孫弘祿)이 나타났다.

 처음 이광은 경기전의 사각(史閣) 밑을 파고 묻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방어사 곽영(郭嶸)이 경상도 金山에서 잡아온 일본병사의 소지품을 뒤졌더니 성주사고(星州史庫)에서 약탈한 실록 2장(張)이 나왔다. 놀란 이광이 땅에 묻는것을 단념했다.

 7월초 일본군이 茂朱쪽을 범하고 있었다. 서둘러 내장산 용굴암과 은적암으로 옮겼다가 그대로 마음이 놓ㅍ이지 않아 다시 더 험한 비래암(飛來庵)으로 옮기고 이광과 아들 이정(李精) 그리고 김홍무 한춘 안의 손홍록과 중 희묵(熙默) 등이 내장사에 머물면서 교대로 지켰고 암자 주위에는 병사 백여명을 배치했다. 이광은 파직되어 떠날때까지 실록을 지켰다.

 쉬용과 실록은 1년간 내장산에 보관되어 있다가 1593년 7월 충청도 아산(牙山)을 거쳐 황해도 海州로 다시 평안도 영변(寧邊)의 묘향산(妙香山)으로 피난을 다녔다.

 전쟁이 끝난뒤 1603년(선조 36년)에 全州史庫本을 바탕으로 강화도(江華島) 마니산(摩尼山)에 보냈고 한성 춘추관과 太白山 오대산(五臺山) 묘향산에 각 1본씩 보관했다가 묘향산본은 그뒤 전라도 무주군 적상산(赤裳山)으로 옮겨졌다.
    

 양재숙(梁在淑) 본사 수석논설위원 
  옮긴이 김재춘(金在春)
 1992년 4월30일 게재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honga 2019-12-16 20:24:00
킁킁 이거 무슨 냄시당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