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전라도방어전 (1)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전라도방어전 (1)
  • 김재춘 기자
  • 승인 2019.11.25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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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6일 陸軍 개전이후 최초 승리의 날
행주대첩기념관 제공
행주대첩기념관 제공

이순신함대의 전라도 수군이 한산도앞 바다와 안골포에서 일본수군 전함 76척을 한꺼번에 수장시킴으로써 풍신수길의 서해 진출을 결정적으로 좌절시킨 7월8일, 이날은 조선의 육군에도 개전이후 최초의 본격적인 승리의 날이기도 했다.

 이날 육지의 전라도 동 북방 노령산맥(蘆嶺山脈)의 전략적 요충인 웅치(熊峙:곰티)와 이치(梨峙:배티) 두 고갯마루에서 전라도 도 절제사 권율(道 節制使 權慄) 휘하 전라도 군사들이 일본 육군 고바야까와 다까가게(소조천경小旱川隆景) 휘하 제6번대 침공군을 맞아 개전 직후 申립의 충주(忠州)전투이래 최대의 격전을 벌인끝에 일본군을 격퇴, 정규군 전투에서 관군(官軍) 최초의 대승을 거두고 전라도 방어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개전이후 두 달, 일본군은 전격적인 기동작전을 펴 조선 전역의 주요거점을 모두 석권했으나 유일하게 전라도 땅에는 한 발도 들여 놓지 못했다.

 하나는 일본군의 주공(主攻)은 어디까지나 한성(漢城)-평양(平壤)이었다. 조선의 수도 한성만 점령하면 조선왕조는 무릎을 꿇을 것으로 보았다. 침공군의 주력이 경상도 충청도 한성과 경기도에 집중되었고 전라도는 주 공격로에서 비켜 있었다. 다른 하나는 이순신 함대에 의해 남해에서 일본 수군의 서해 진출이 봉쇄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러면 일본군은 당초의 수륙병진책에 따라 서해를 돌아 전라도의 영산강이나 금강 하루의 포구들로 상륙, 내륙으로 진공을 시도했을 것이다.

 끝으로 천험의 장벽 소백산맥과 경상도 의병의 유격전에 의한 진로 차단 때문이었다.

 소백산맥은 태백산맥에서 갈라져 나와 서쪽으로 달리며 충청도와 경상도 사이에만 천험의 장벽을 이뤄놓고 있는게 아니다. 추풍령(200m)에서 일단 끊어지듯 내려앉아 남북으로 넘나들수 있는 관문을 열어준뒤, 면주지산(眠主之山:1,242m)에서 다시 치솟아 올라 남쪽으로 방향을 꺾어 대덕산(大德山:1,290m), 덕유산(德裕山:1,594m) 남덕유산(1,508m) 장안산(長安山:1,236m) 백운산(白雲山:1,279m)으로 해발 1천m이상의 연봉을 이어 달리다가 지리산(智異山)에 이르러 천왕봉(天王峰:1,915m)을 중심으로 반약봉(盤若峰:1,732m) 노고단(老姑壇:1,507m)등 한반도 최고의 영봉군(靈峰群)을 이룬 다음 백운산(白雲山:1,218m)으로 내리닥쳐 南海로 빠져들면서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에 휩사리 넘나들지 못하는 장벽을 쳐 놓고 있다.

 부산에 상륙한 일본군이 경상도에서 소백산맥의 장벽을 넘어 전라도로 침공하기 위해서는 세 갈래의 길이 있었다.

 하나는 진주(晉州)에서 산청(山淸)-함양(咸陽)을 지나 지리산을 오른쪽으로 돌며 팔양치(八良峙:513m)와 여원치(女院峙:450m)로 소백산맥을 넘어 한반도 서남지역의 전략적 요충인 南原으로 쳐들어 간 뒤 전라감영이 있는 全州로 북상하거나 光州 羅州로 남하하는 길.

 다른 하나는 산청(山淸)이나 거창(居昌)에서 안의(安義)를 지나 육십령(六十嶺:700m)으로 소백산맥을 넘어 長水 장계(長溪)로 들어가 진안(鎭安)을 지나고 웅치(熊峙곰티 427m)로 다시 노령산맥을 넘어 전주로 들이 닥치는 길. 그리고 또 하나는 경상도에서 일단 추풍령으로 소백산맥을 넘은 뒤 충청도 영동(永同)에서 무주(茂朱)-장수-진안-전주로 향하거나 금산(錦山)으로 들어가 진산(珍山)을 거쳐 이치(梨峙:배티 350m)로 노령산맥을 넘어 全州로 쳐들어가는 길이다.

 노령산맥은 추풍령에서 소백산맥과 갈라져 진안의 운장산(雲長山:1,126m)을 주봉으로 서남쪽으로 달리며 전라도의 동부산악지대와 서부평야 지대를 갈라 놓는 산맥이다.

    

 양재숙(梁在淑) 본사 수석논설위원 
 옮긴이 김재춘(金在春)
 1992년 4월22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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