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차가운 그늘 속에서 그리운 온도를 써내린 기명숙 시인 첫 시집
삶의 차가운 그늘 속에서 그리운 온도를 써내린 기명숙 시인 첫 시집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11.13 17:3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명숙 시인은 2006년 신춘문예 시로 등단하고 13년간 일상의 삶에서 시를 깎아냈다. 13년이 달한 지금 기 시인의 ‘몸 밖의 안부를 묻다(모악출판사·1만원)’에 담긴 시들은 세밀한 조각으로 빛나고 있다.

 기명숙 시인의 시에는 온몸으로 출렁거리는 것들이 가득하다. 시의 소재 역시 말라가는 육체에 대해 관찰과 상상력을 놓치지 않는다. 시인의 지향은 ‘가도 가도 손닿지 않는 쓸쓸함’에 닿는다. 시인의 글에서 쓸쓸하다는 것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몸과 사물의 닿음이 없을 때 나타난다.

 하여 기 시인의 시집 제목을 ‘몸 밖의 안부를 묻다’로 한 것은 ‘몸 아닌 것의 아닌 것’들을 향한 지속적인 호명이다. 시 ‘북어’에서 ‘아카시아 꽃이 펑펑 지고, 군화 자국이 지나간 자리마다 비늘같이 꽃잎이 소복하게 쌓이는’ 몸 바깥의 풍경은 자신의 몸에서 ‘뭉텅’ 빠져나간 ‘살점’들로 읽힌다.

 ‘카페 탐 앤 탐스’의 경우에는 낯설어가는 카페의 질감이 날카롭다. ‘햇볕의 당도가 익을 수 없는 이곳’이라는 표현에서 시인은 공유된 공간속에 낯설어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물건들, 카페의 내부를 ‘비극의 공유지’라고 정의했다. 이 감각은 도시적 감수성이 아닌 수채화 풍의 쓸쓸함에 가깝다.

 시집 안에서 눈에 띄는 시편들은 ‘당신들’로 통칭될 수 있는 타자들의 삶이다. 이 외부의 상처와 아픔을 기민하게 수신해내는 감도는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하여 ‘몸 밖의 안부를 묻’는 일은 자기 자신의 ‘남 같은’ 감도에 안부를 물으며 공감을 넓힌다. 이렇듯 기 시인의 시에는 삶과 삶 밖, 몸과 몸 밖, 현실과 현실 밖의 중첩 구조가 긴밀하게 구축되어 있다.

 박성우 시인은 “흔적을 지우는 일로 흔적을 선명하게 하고 감정을 감추는 일로 우리의 마음을 이내 일렁이게 하고 만다”라며 “단단하고 아름다운 시집이다”라고 평했다.

 손세실리아 시인 역시 "시의 곡비로 거듭난 기명숙의 첫 시집은 그리하여 첫!임에도 충분히 미덥다. 고도의 은유와 예사롭지 않은 시어의 조탁이 그러하고 유장하면서도 곡진한 품이 그러하다"고 전했다.

 기 시인은 인사말을 통해 “외연의 질감이 제거되기를 / 고독이 창궐하기를 바랬으나 / 조리개로 조절하는 시간들이 겁쟁이처럼 흘렀다. 첫 누옥을 지어 쓸쓸한 이들을 들였으니 / 텅 빈 곳이 조금은 따뜻해오겠다”라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기명숙 시인은 전남 목포 출생으로 한양대학교와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북어’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19년 전북문화관광재단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글쓰기센터와 공무원 연수원 등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휘빈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경운 2020-02-18 21:32:26
기명숙 시인이 한양대를 나오지않았다는 얘기가 있던데 혹시 확인된 내용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