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유학진흥원 건립 필요성
전라유학진흥원 건립 필요성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9.11.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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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유학진흥원 시리즈> 전북의 자존을 찾아서 <2>

 지난 2018년 5월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단장 이철로, 이하 전북대 산단)은 전라유학진흥원 설립 운영 타당성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전라유학진흥원’이란 명칭에서 나타나듯이 전북과 전라도(全羅道)를 아우를 수 있는 유학 진흥을 위한 연구기관을 표방한다.

 ‘전라도’는 전주(全州)와 나주(羅州)의 앞글자를 따서 이름을 붙였다.

 전라도는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일대를 관할했던 행정구역으로 전라감영 소재지는 ‘전주’이다.

 앞서 소개했던 지포(止浦) 김구(金坵), 반계(磻溪) 유형원(柳馨遠), 간재(艮齋) 전우(田愚)는 전라북도 ‘부안 3현(賢)’으로 전북의 자존을 찾고 전라도의 시대정신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퇴계 이황, 남명 조식 등의 인물들로 대표되는 영남 등 경상도 유학은 스스로 조선의 정신적 기반을 구축했다고 자부하며 유학의 현대적인 조명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북대 산학협력단의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북과 전라도는 고문서, 고문집과 향교 및 서원 등 다양한 유교문화자원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는 주도적인 전문기관이 존재하지 않아 대부분 산실되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기존에도 한국유학 관련 연구 기관이 다양하게 존재하고는 있었으나 지역적 편중이 매우 심하고 각 연구 단체에서 전북지역 유학연구는 구색 맞추기식 소규모 단위로 진행되거나 단편적으로 진행돼 전북 유학에 대한 연속적이고 심도 깊은 연구가 매우 미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북 유학뿐 아니라 전라도 시대정신을 아우를 수 있는 관련 연구 기관의 인프라 확충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전북을 넘어 전라도 유학 문화 전반을 활용해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중추적 허브(HUB) 기관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갈수록 학계와 지역, 정치권에서 설득력을 강하게 얻고 있다.

 전북도에서는 전북지역의 한국유학 관련 문화유산을 수집, 보존, 연구하고 연구 후속세대를 양성하며 유학문화자원의 가치를 발굴해 이를 현대적 교육 프로그램, 체험 프로그램, 심리치유 프로그램 등으로 개발 활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구 설립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도가 설립 추진하려는 전라유학진흥원은 부안 국립변산자연휴양림 인근(부안군 진서면 운호리 산 112-43)에 건립비 235억원을 들여 진흥원 건립 7,000㎡, 부지 65,073㎡ 매입에 나섰다.

 추진기관은 전라북도(사업주관 및 운영)와 부안군으로 사업을 위해 법인 설립 및 운영에 출연금 3억원, 운영비로 매년 20억원을 도가 배정해 놓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전라유학진흥원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을 통해 전라유학 현황조사 및 특징도출, 명칭 설정, 진흥원 타당성 검토, 후보지 선정 및 법인설립 검토 등을 마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전라북도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완료한 직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라유학진흥원 설립 및 운영 협의 및 MOU 체결(전북도, 부안군)로 도·부안군의 역할, 사업비 분담 등 협의를 거쳤다.

 부안군의 주변도시는 역사와 관광의 연계가 가능한 지역으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계절별 준비가 완료돼 있으며 고창읍성, 고인돌 등을 비롯해 근대역사의 군산지역 등 이용객에게 재방문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라유학진흥원의 개원으로 영남, 충청 등 연구기관들의 상생과 혼재된 유학의 체계적인 정립을 위한 거시적인 연구기관의 하나로 이미 개원된 다른 기관들과 동일하게 국가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전라유학진흥원의 조성을 위해서는 필요한 예산을 지방비 부담이 크지 않는 선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일 전라북도 문화유산과 학예연구관 “진흥원 설립은 필수”

 “전북은 한국 ‘신문명 태동, 신사상 창도’의 성지입니다.”

 이영일 전북도 문화유산과 학예연구관은 전라유학 연구 및 진흥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이와 같이 말했다.

  이영일 학예연구관은 전북도의 문화재정책을 연구 수행하면서 늘 가슴에 품는 말이 있다.

 “명심보감 성심편에서 공자는 ‘명경 소이찰영(明鏡 所以察形)’밝은 거울은 얼굴을 살필 수 있고, ‘왕사 소이지금(往事 所以知今)’“지나간 일은 현재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고려말 타락한 불교에 경종으로 신학문인 성리학을 국내에 도입한 것은 전북 사람이 지포 김구였고 이후 성리학은 조선 500년의 근본사상과 통치철학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성리학이 점차 쇠락하자 개인의 공리공론이라는 자기모순에 빠져갈 때, 사물의 실체에 근거한 실리를 추구해 ‘실사구시’라는 새로운 이념으로 우리나라 실학의 시작을 연 것이 전북 우반동에서 탄생한 유형원의 ‘반계수록’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연구관은 조선말 서구문물의 무분별한 난입으로 조선 성리학의 가치관이 혼란에 빠졌을 때, 전북에 사는 간재 전우는 그의 저서 추담별집에서 “500년 종사도 중요하지만 3,000년의 도통(道統)을 잇는 것이 더 소중하니 무가치하게 목숨을 버리지 말고, 학문을 일으켜 도(道)로써 나라를 찾아야 한다”고 하면서 끝까지 유학의 이념을 견지해 조선말 유학의 최후 성지로 전북이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 마지막에 이 연구관은 “지나간 일은 현재를 알 수 있게 한다는 ‘왕사 소이지금(往事 所以知今)’처럼 전북 유학의 과거는 곧 한국의 대표 유학사상이였다”며 “이런 이유로 전북유학의 재조명은 한국유학의 재조명과 같은 의미로 전북유학의 진흥과 전북의 자존을 위해 진흥원의 설립은 필수 불가결한 사명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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