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예찬
막걸리 예찬
  • 박종완
  • 승인 2019.11.10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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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네 삶 속에서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우리들과 희로애락의 역사를 같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쁜 일엔 축하를 위해 한잔, 어쩌다 슬픈 일을 당한 이웃을 위로하고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 한잔, 중요한 거래를 성사시킬 목적으로 한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한잔, 그렇게 우리들은 시시때때로 술과 함께 해 왔다.

 술은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들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흥을 돋우기도 하지만, 때론 술 때문에 피치 못할 구설에 오르거나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고들 하는데 대개는 어렸을 적 술 심부름을 하면서 스스로 술 맛을 익히고, 조금 커서는 어른들 몰래 숨어서 또래들에게 배웠지 않았나 싶다. 필자도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기 때문에 부모님을 따라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었는데, 농번기 새참에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막걸리였고 그 심부름은 오롯이 내차지었다.

 작은 체구에 막걸리를 가득 담은 큰 주전자를 들고 삐뚤빼뚤 논두렁길을 걷다보면 이리저리 쏟아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핑계 삼아 한 모금, 호기심에 두 모금 몰래 마시던 그때 그 막걸리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버님께서는 “이상하다. 오늘은 유난히 막걸리 양이 적은 걸.” 하시며 미소 띤 얼굴로 필자를 바라보시곤 했었는데 왜 모르시겠는가? 당신도 어릴 적 할아버지 술심부름하면서 이미 경험하셨을 터인데….

 아무튼, 어릴 적 막걸리 심부름을 하면서 경험했던 많은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잔잔한 미소와 함께 추억에 잠기곤 한다.

 어릴 적 추억의 막걸리는 어느새 세월이 흐르면서 소주와 맥주에 밀려 천대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 들어서는 다시 건강식품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사업하다 보니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원하는 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소주에 맥주를 섞은 소맥을 자주 마시다 보니 급격히 장이 안 좋아져 얼마 전부터 다시 막걸리만 애용하고 있다.

 행여나 지금도 막걸리를 옛날 텁텁했던 일반적인 탁주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요즘 막걸리는 지역마다 특산품을 재료로 하여 저마다 고유한 맛과 독특한 향을 가미하고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기 위해 매우 고급화되었으며 그 종류도 샐 수 없이 다양해 졌다.

 더구나 막걸리는 유산균덩어리다. 소주와 달리 막걸리는 색깔부터 우유빛깔로 몸에 좋은 영양성분을 다량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교수는 막걸리를 마시는 것은 알코올만 빼면 영양제를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하니 술이면서도 천하제일의 건강식품인 것이다. 그런데 막걸리는 발효되면서 효모가 당질 분해를 통해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생성한다. 적당히 먹으면 좋으련만 좋은 술도 과하면 본의 아니게 역겨운 트림과 계곡의 향연으로 주변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필자는 막걸리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유산균이 듬뿍 들어간 막걸리와 시중 막걸리를 적당하게 섞어 마시는 방법으로 전자의 민망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데 원하시는 독자분이 계시면 그 묘법을 기꺼이 전수해 드리겠다. 소야 신천희 선생의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옷 사 입나 술사먹지!”라는 풍류처럼 과하지 않는 음주는 우리들의 감성을 깨우고 해학이 있어 참 좋다.

 특히나 배고픈 시절 막걸리는 요기도 되지만 마음까지도 넉넉하게 해줘서 주변의 이웃들까지 모두 불러 흉금 없이 잔을 나눴던 소중한 우리네의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전국 곳곳에서 가을걷이와 축제가 한창이다. 풍요로운 이 계절 어우렁더우렁 서로 배려하고 감사하며 시원한 막걸리 한잔 권할 수 있는 축제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여보시게~ 막걸리 한잔 들고 가시게나….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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