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효빈과 전북 미세먼지 대책
동시효빈과 전북 미세먼지 대책
  • 송지용
  • 승인 2019.11.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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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청객 미세먼지가 다시 찾아왔다. 지난 21일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올 가을 들어 첫 미세먼지 예비저감 조치로 차량 2부제가 시행됐다. 예비저감 조치는 이틀 뒤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시행 가능성이 클 경우 하루 전에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미세먼지 감축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세계 미세먼지 최악도시 100개중 44개가 한국에 있다. 이날 WHO기준으로 전국의 미세먼지의 상황을 표시해주는 한 어플리케이션은 전북이 서울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표시하고 있었다.

 전북은 타 지역에 비해 미세먼지 발생량은 적지만 측정되는 농도는 전국 최고수준이다. 산업단지가 없어 청정한 지역이라고 자랑했었던 전북의 공기 질이 오히려 나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북도는 지난 2016년 이러한 원인을 명확히 찾고자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과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연구를 의뢰했다. 양 기관이 5개월간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원인을 파악한 결과 전북에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67%가 중국에서 불어오는 상층고도의 편서풍을 타고 유입됐다고 2017년 4월 발표했다. 또 도내에서 발생하는 33%의 미세먼지 중 50%는 도내 사업장이 영향을 미쳤고 밀도 높은 도로망은 1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4월에는 한 토론회에서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새만금개발이 전북권 미세먼지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북도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들을 내놓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전북도는 노후경유차 등 수송부문 저공해화 사업비를 대폭 상향해 노후경유차 폐차기간을 당초 40년에서 6년으로 단축 시켰다고 밝혔다. 전북도 담당 국장까지 도내 일간지에 기고를 내서 “이 정책은 전국지자체에 전파중이며 미세먼지 저감에 전북도가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홍보했다. 전북도만의 특화된 미세먼지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렇게 자화자찬한 전북도의 미세먼지 정책은 앞서 언급한 전북도의 발표 자료와 맞지 않아서 의구심이 생긴다. 전북도에서 측정된 총 미세먼지의 33% 중 15%, 즉 총 측정량의 6%만 도로망에서 발생했는데 도로망 미세먼지 저감에 예산을 대폭 투입한 것이다. 여기에 투입된 재원은 긴급하고 불요불급한 경우에만 편성할 수 있는 추경예산 300억원이 사용됐다. 당연히 도민의 혈세다. 상식적으로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면 총 측정량의 16%를 웃도는 사업장 발생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우선해야 할 일로 보인다.

전북도는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비중이 높지 않은데도 스스로의 자료를 무시하면서 노후경유차 폐차지원 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퍼부은 것일까. 이는 지난 4월 정부의 추경과 관련이 있다. 당시 환경부는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해 1조 645억원 상당의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미세먼지 예산이 1조 950억 원이었는데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특정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1조원이 넘는 추경예산이 편성된 것은 처음일 만큼 이래적인 일이었다. 이중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사업 예산이 2,412억원으로 가장 많았기 때문에 전북도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자체는 예산실적을 높이기 위해 앞 다퉈 시행했던 것이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비중이 높지 않음에도 획일적이고 과도하게 예산을 투입한 것을 마냥 잘한 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전북도에 맞춤형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펼치려면 두번째로 많은 191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던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확대 사업에 매진했어야 한다.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수소경제의 메카를 만들 수 있는 기초자산이 될 수 있었고 전기차 생산으로 활로를 찾는 군산지역 자동차 산업에도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사업장 불법배출 감시체계 구축 사업의 예산을 투여하는 것이 오히려 전북 맞춤형 미세먼지 저감대책이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장자의 천운편(天運篇)에는 동시효빈(東施效?)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너무나 아름다워 물고기조차 헤엄치기를 잊어버리고 바닥에 가라앉았다는 중국 4대 미인 중 하나인 서시(西施)가 있었다. 서시는 가슴앓이 병이 있어 손으로 가슴을 지그시 누르고 이맛살을 찌푸린 채 다녔다. 같은 마을에 한 여자가 서시의 아름다움을 따라하려고 똑같이 미간을 찌푸리고 다녔는데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흉내 내는 여성을 외면했다고 한다. 동시(東施)가 서시(西施)의 찡그리는 것을 따라한다는 이 말은 자기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남의 흉내를 내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인구가 날로 줄어들고 예산규모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전북도의 입장에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책에 빠르게 부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예산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면 성과가 수치로 나타나니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일에 필요한 예산을 가져와 전북발전에 알맞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른 지자체와 똑같이 경쟁해서는 체력이 약한 전북이 우수한 역량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 역시 조금 더 심사숙고하고 전북의 산업체질에 맞춘 방법을 추진했어야 할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전북의 미래를 위한 남다른 비전과 방식으로 그 예산을 끌어다 사용할 수 있는 창의적 행정이 진행되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다가오는 다른 지방분권과 자치의 시대에 전북도가 살아갈 방법은 동시효빈의 우를 범하지 않고 전북만의 장점을 살려 창의적인 비전을 만들고 능동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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