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회춘술
얼굴 회춘술
  • 최정호
  • 승인 2019.11.0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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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1월이면 국제 성형외과 학회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나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다. 올해에도 어김 없이 이번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 동안 각 분야의 주제가 발표되고 열띤 토론으로 저마다 자신의 임상경험, 연구 결과 등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에서 참가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시험과 검증을 받고, 토론이 이루어지는 학술대회이다. 필자도 그 학회 참가 및 발표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금년도 필자의 발표 주제는 <안면거상술의 역사에서 발견되는 귀중한 통찰>이다. 물론 학회 준비 학술위원회에서 요청한 주제인데 나의 능력에 부치는 과제이지만 또한 개인적인 영예로운 책무이기도 하다. 하여 향 후 수차례에 걸쳐 외과 수술, 성형수술, 특히 얼굴 회춘술에 대하여 기고를 할까 한다.

 회춘술은 영어로 Rejuvenation이다. 이를 번역할 적당한 우리나라 단어를 합성하지 못해 <회춘술>이란 단어가 쓰이다가 십수 년 전부터는 동안술(童顔術)이라는 단어도 대체되었다. 이 또한 일반적인 승인이 부족하여 안면거상술이란 수술명도 동시에 쓰이고 있다. 회춘(回春)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젊음을 회복시켜준다는 너무 광범위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돌팔이 약장사들이 만병통치약으로 팔아먹는 허접한 기억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안이란 한자어는 일반인들이 그 뜻을 알아채기 쉽지 않고 안면거상술이란 수술명 역시 대중성을 얻어가는 중인 단어이다. 필자가 얼굴 회춘술이란 조어를 사용하게 된 이유이다. 늙은 얼굴을 젊게 만드는 수술이니 의미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대중들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도록 고민한 결과이다.

 동물(생물학적 의로써) 중에서 나이가 들면 활기 넘치는 젊은 시절에 비해 노화의 증거가 얼굴에 확연히 드러나는 종이 드물게도 인간이다. 개나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들은 수명이 다해 자연사하는 애완동물을 기억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나 말을 키워본 사람들도 그들의 얼굴보다는 다른 부위로 나이를 가늠할 수 있음을 경험했을 것이다. 인간의 얼굴이 이렇게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가 있다. 과거에 답이 있다. 특정할 수 없지만, 인간으로 진화해온 우리의 먼 조상들 중에서 얼굴을 공격이나 방어의 목적이 아니라 <소통>으로 사용하는 개체가 많은 자손을 남기기 시작했다.

 즉 육체적 능력으로 생존과 번식을 하는 개체보다, 무리를 지어 연합하는 데 유능한 개체들이 유리해졌다. 약 200만년 정도의 기간으로 추정되는 구석기 시대에 인간의 얼굴은 개나 고양이는 물론이고 원숭이하고도 많이 달라진 것이다. 인간의 얼굴에서 털이 사라지고, 잇몸은 입술에서 떨어지고, 치아는 작아져서 공격보다는 씹고 대화하는데 유리해지고, 손은 나무를 타는 것보다 무엇을 만드는 데 편리한 모양으로 변해 온 것이다. 힘은 약하고, 빠르게 달릴 수도 없고, 나무 위로 올라갈 능력도 상실하고, 물속에서 살도 없으며, 날 수 있는 날개도 없는 인간은 어떻게 동물의 왕국에서 최상위 포식자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지만, 오늘에 주제인 얼굴에 집중하자면 눈썹 위에 반듯하게 올라간 이마는 급격한 뇌의 팽창 때문이고, 앞쪽으로 이동한 두 눈은 좁은 시야라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전면을 주시하는 보고, 보이는 소통에 유리함을 선택한 결과이다. 좁아진 시야는 목의 회전 운동성으로 보완하게 되었다. 눈동자는 하얀 공막과 검은 동공으로 명확한 대비를 이루어 개체의 주시 방향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 털이 사라진 눈 위의 아래 이마에는 섬처럼 빛나는 눈썹이 표정의 지휘자가 되었다.

 모든 변화는 얼굴의 고정성을 희생하고 이동성을 증가시켜, 인간의 얼굴은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오욕칠정이 드러나는 완벽한 연기파 배우로 변신했다. 얼굴의 노화는 이러한 유능한 얼굴의 변신이 치러야 할 대가로 지불된 만기가 되어 돌아온 어음과 같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얼굴이 늙어가는 것을 막을 재간이 없다. 근육과 체형은 노력으로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얼굴의 늙음은 얼굴 운동으로 예방할 수도, 비싼 화장품으로도 막을 수 없다. 더구나 노년의 비극은 얼굴은 늙어가는데 마음은 아직 늙음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최정호<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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