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선 정크아트 작가, 삼례문화예술촌 모모미술관 초대전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
박인선 정크아트 작가, 삼례문화예술촌 모모미술관 초대전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11.07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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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예술촌 모모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박인선 작가가 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버려진 폐기물에 작가의 숨을 불어넣자 따뜻한 삶의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족의 행복한 순간, 소중한 유년의 기억, 소곤소곤 속삭이던 비밀이야기까지…. 우리네 삶 가까이에서 마주치게 되는 작은 이야기들이다.

 요즘처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갈증이 커진 현대사회 속에서 남들은 가지 않는 정크아트 작가의 길을 고집하고 있는 박인선 작가의 사연은 더없이 소중하다. 이제는 필요없어진 폐품이 그의 손길을 거쳐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례문화예술촌 모모미술관의 초대로 ‘박인선 정크아트 초대전’이 12월 30일까지 열린다. 네 번째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서 박인선 작가는 그간의 고행의 작업들의 결실을 소중하게 풀어놓는다.

 박인선 작가의 작업은 자본주의시대에 엄청나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폐품을 모으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때로는 이 같은 작업을 하는 것 자체에 책임감에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4년이란 시간을 고물상에서 살아가면서 그는 깨달았다. “환경이라는 화두와 연결된 짓누름이 오히려 해악이 될 수 있음”을 말이다.

 “거창한 문제의식은 접어두고 싶어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작업은 늘 즐거운 놀이이고 싶거든요. 작업의 과정은 실천이예요. 작업의 완성도가 못 미치더라도 조금씩 살붙임이 늘어갈수록 목표에 다다른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작업의 기간이 몇 년을 거쳐서도 미완으로 남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 작가는 “완성작품은 없다”면서 “절대 조형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다”고 단언한다.

그의 단언에도 불구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고 마는 그의 작업을 바라보면 마치 조물주의 손을 거쳐 생명을 부여받는 과정처럼 숙연해진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작품의 재료가되는 폐품만을 늘어놓고 보면 도대체 어떠한 형상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되는 것들 투성이다. 밥솥, 냄비, 숟가락, 주전자, 불판 등 다양한 형태의 폐생활용품과 폐자동차부품, 폐철까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온갖 상상력을 끌어올린다고 하더라도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폐기물을 바라보자마자 모든 상상력과 순발력이 동원되는 모양이다.

 특유의 유머감각과 따뜻함이 보여지는 가족 시리즈, 부엉이를 의인화해 표현한 가족 등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동물의 움직임과 근육을 섬세하게 표현한 말과 황소는 힘이 넘치고, 장수풍뎅이 등 곤충의 형상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그의 작품은 군더더기 없는 표현 방식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데다, 스토리가 있어 흥미롭다.

 김선태 미술평론가는 “박인선의 정크아트는 자원 보존을 강조하는 의미로 이미 유용하게 사용했던 사물들을 활용함으로써 녹색 환경의 개념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서 “다양한 폐기물을 결합하여 조각의 형태로 완성하고 복원한 작품에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적극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고 평했다.

 박 작가는 전주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한민국환경사랑공모전에서 정크아트부문 은상과 대상(환경부장관상)을 꾸준히 휩쓸며 정크아트 작가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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