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구농민 항일항쟁 92주년을 기리며
옥구농민 항일항쟁 92주년을 기리며
  • 이복웅
  • 승인 2019.11.06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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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 농장주의 혹독한 착취와 폭압에 항거하고 봉기한 옥구농민 항일 항쟁은 우리나라 농민 운동사에 있어서 가장 치열했던 항쟁이었다 이를 기리는 기념행사가 해가 갈수록 시민들의 역사인식에서 멀어지고 무관심 속에서 조촐하게 치러 지고 있어 뜻있는 시민들의 지적과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지주에서부터 낭인에 이르기까지 대거 한반도에 진출하여 토지를 매입하였다. 특히 군산 지방에는 1893년 미와사끼가 옥구 미면에 가와사끼 농장 건립을 시작으로 1904년 개정면에 시마타니 농장과 미면에 오쿠라농장을 건립했으며 1905년에는 서수면에 가와사끼농장을 건립 함으로써 일본은 본격적으로 군산지방의 농업 방식을 일본화하여 쌀을 생산하고 본국으로 수탈하기 시작했다.

 옥구 서수면 토지를 다량 매입하여 농장을 건립한 가와사끼는 니이가다현 출신으로 철저한 국수주의자로 그는 서수에 향리와 똑같은 모형으로 일본화할 계획을 세운다. 니이가다현은 일본의 전형적인 농업지대로서 전제적 경영방식으로 쌀을 생산했다. 또한 본국에 있는 농업인을 조선으로 데려와 농지에 대한 저작권을 부여하고 조선인들을 자국식으로 관리 감독케 하였다. 이에 따라 서수에는 일본인 세대수와 가옥들이 늘어났으며 1909년에는 향리에 있는 신사신을 옮겨 서수신사를 세우고 강제로 참배를 하도록 하였다.

 1926년 악명 높았던 농장주 가와사끼가 죽은 뒤 니이가다현 출신 지주들이 가와사끼 뜻을 받들어 종합공동농장격인 이엽사농장을 설립(1926)하고 서수, 황동, 삼례부로 나누어 3개군에 걸쳐 대농장을 경영하면서 가혹한 착취를 시작했다. 마침내 이엽사측은 1927년11월20일에 이르러 75%의 고율 소작료를 요구하였다. 당시 전국 평균 소작료는 48%이며 전북은 42%에서 46%였다 이를 보면 75%의 과도한 소작료 징수는 착취나 다름이 없었다. 따라서 서수농민조합에서는 45%로 내려 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이엽사측은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농민들을 회유와 협박을 가했다. 농민조합은 임시총회를 열고 11월24일까지 감면 통지가 없으면 불납하겠다는 통보를 했으나 농장측은 이를 무시하고 농민대표 장태성를 체포 압송하기에 이른다. 이 소식에 분노한 서수농민 300여명은 11월25일 밤 임피역전 소재 군산경찰서 임피주재소를 습격하여 잡혀간 장태성을 구출하고 만세를 높이 외쳤다 한편 서수에 모인 잔여 농민 200여명도 서수주재소에 조합간부가 검거되었다는 제보를 받고 주재소를 습격 기물을 파손하며 만세를 열창했다 두 곳의 경찰 주재소를 습격받은 군산경찰서는 농민조합 간부와 주동자 30여명을 강제 검거 압송해 갔다.

 농민들은 여기에 굴복하지 않고 다음 날 200여명이 다시 모여 군산경찰서 앞에서 압송한 농민들을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했으나 무장 경찰들은 물대포를 쏘며 시위 군중을 강제로 해산시키면서 이들 농민시위대 80여명을 연행하여 가혹한 취조 끝에 이중 51명을 검사국으로 송치하였으며 최종적 기소는 34명이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치안유지법을 적용 기소자 전원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1928.2.27) 서수소작쟁의는 농민저항 사건으로 전원형을 받은 최대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 농민항쟁은 단순한 이엽사농장의 소작쟁의가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있어서 전국 유일의 조직적인 농민항일운동이었다. 통계에 의하면 1920년에서 1939년까지 전국적으로 크고 작게 일어난 소작쟁의는 140,969건이었으며 그중에서 가장 치열하게 일어난 농민의 소작쟁의는 서수농민 항쟁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옥구의 서수농민 항일 항쟁은 일제 강점기에 있어 순수농민들에 의한 저항운동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농민항쟁사에 있어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큰 옥구(서수)농민의 항일 항쟁 82주년을 맞이하면서 이를 기념하고 선열들의 항쟁정신을 받들어 전북의 자긍심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는 다짐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요구되는 때다.

  이복웅<사)군산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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