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전주에서 태어난 이 명장은 어렸을 적부터 조부와 아버지에게 흐르는 음악의 피를 단소와 하모니카로 예술의 혼을 키웠다. 고교시절 교회서 피아노를 조우하면서 책으로 독학한 그는 18살에 피아노 조율사로 입문했다. 고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서도 휴일이면 군 부대 내 교회에서 풍금 고치는 일에 열성을 쏟았다. 제대 후 비료공장에 취직하려다 말고 시내 악기점에 가서 “조율을 할 줄 안다”며 일거리를 요청한 그는 풍금 수리일을 군청 단위로 받았던 악기점에 취직해 수십 대의 풍금을 수리하는 일을 맡았다. 이후 수도피아노사와 삼익피아노사를 거쳐 프리랜서 조율사로 독립했다. 세종문화회관 전속 조율사를 그만두고 예술의전당으로 간 게 1995년 1월. 그는 예술의전당에서 지금까지 24년 동안 전속 조율사로 활약중이
“이렇게 따뜻하고 힘 있는 피아노 음색은 처음”이라고 기뻐한 라두 루푸, 자신이 처음으로 직접 주문한 사항을 5초만에 해결해준 주율사 앞에서 크게 웃은 예브게니 키신, 파아노를 쳐 보고 벌떡 일어나 감탄사를 연발한 조지 윈스턴, 10년이나 된 피아노가 새 피아노처럼 고른 소리를 낸다며 피아노 몸체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잉그리드 헤블러 등 피아니스트들과의 만남, 때로는 연주자의 몰이해로, 이어 과로로 병원행을 하면서도 완벽한 피아노 소리를 만들기 위해 사명감을 잃지 않은 그의 기록이 빛난다.
이 명장은 이제 후임자를 뽑아 몇 년째 음향의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그의 장인 정신에 대한 짧은 글들은 단순히 조율사 지망생 뿐만 아니라 고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명장의 삶이 궁금한 독자들, 클래식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진 애호가들에게 맑은 소리로 전하는 예술 에세이다.
이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