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피아노 조율명장 1호 이종렬의 ‘조율의 시간’
대한민국 피아노 조율명장 1호 이종렬의 ‘조율의 시간’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11.0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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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정상의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예브게니 키신’, ‘라두 루푸’가 찬사를 보낸 ‘대한민국 조율명장 1호’ 이종렬(81)씨. 스타인웨이, 도이치그라모폰의 소리기술자들이 경탄을 보낸 이종렬 명장이 책을 펴냈다. ‘조율의시간(민음사·1만4800원)은 그의 인생 속에서 조율과 조우하는 시간들을 촘촘히 담았다.

 1938년 전주에서 태어난 이 명장은 어렸을 적부터 조부와 아버지에게 흐르는 음악의 피를 단소와 하모니카로 예술의 혼을 키웠다. 고교시절 교회서 피아노를 조우하면서 책으로 독학한 그는 18살에 피아노 조율사로 입문했다. 고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서도 휴일이면 군 부대 내 교회에서 풍금 고치는 일에 열성을 쏟았다. 제대 후 비료공장에 취직하려다 말고 시내 악기점에 가서 “조율을 할 줄 안다”며 일거리를 요청한 그는 풍금 수리일을 군청 단위로 받았던 악기점에 취직해 수십 대의 풍금을 수리하는 일을 맡았다. 이후 수도피아노사와 삼익피아노사를 거쳐 프리랜서 조율사로 독립했다. 세종문화회관 전속 조율사를 그만두고 예술의전당으로 간 게 1995년 1월. 그는 예술의전당에서 지금까지 24년 동안 전속 조율사로 활약중이

 “이렇게 따뜻하고 힘 있는 피아노 음색은 처음”이라고 기뻐한 라두 루푸, 자신이 처음으로 직접 주문한 사항을 5초만에 해결해준 주율사 앞에서 크게 웃은 예브게니 키신, 파아노를 쳐 보고 벌떡 일어나 감탄사를 연발한 조지 윈스턴, 10년이나 된 피아노가 새 피아노처럼 고른 소리를 낸다며 피아노 몸체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잉그리드 헤블러 등 피아니스트들과의 만남, 때로는 연주자의 몰이해로, 이어 과로로 병원행을 하면서도 완벽한 피아노 소리를 만들기 위해 사명감을 잃지 않은 그의 기록이 빛난다.

 이 명장은 이제 후임자를 뽑아 몇 년째 음향의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그의 장인 정신에 대한 짧은 글들은 단순히 조율사 지망생 뿐만 아니라 고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명장의 삶이 궁금한 독자들, 클래식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진 애호가들에게 맑은 소리로 전하는 예술 에세이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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