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
  • 황진
  • 승인 2019.11.05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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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는 말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정한 재산과 생업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말이다. ≪맹자≫ 등문공장에 나오는 말로 정치의 목표이자 요체라고 본다. 오늘날도 국민들의 생활 안정이 통치의 근본이라는 의미에서 군산의 일자리 문제는 우리 정부와 국민의 큰 관심사였다. 고용안정을 통한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가 오늘날 항산과 항심의 기본 요소라는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현대조선소 가동 중단과 한국GM 공장 폐쇄 때문에 지역에서도, 정부에서도 걱정이 많았다”면서 “군산형 일자리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가동을 멈춘 자동차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라인이 다시 힘차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축하했다. GM 공장 폐쇄 후 지역경제 침체에 대한 그동안의 걱정을 문 대통령은 “군산이 제일 아픈 손가락이었다”고 표현했다. 이 ‘아픈 손가락’론은 부모가 여러 자식 중 안타까운 아들, 딸을 가리켜 부르는 말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나? 필자는 이 말을 들으며 마음 한켠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그 아픈 손가락을 낫게 할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된 자리에 중견·벤처기업들이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해 2022년까지 4,122억 원의 투자와 함께 1,9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해서 군산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주고 있다.

 전기차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군산형 일자리를 위한 노·사·민·정 합의에 대해 경축하는 바이다. 지금까지 수차례 논의된 과정과 내용에 대해 전해들은 바를 추정하면 전인미답, 초유의 혁신적인 합의이다. 한국사회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집단끼리의 이런 내용과 형식의 합의는 지금까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노·사·정은 있었지만 노·사·민·정! 그것도 민과 더불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동시 합의는 없었다. 특히 업종별 산별교섭 대신에 클러스터내의 공동교섭방식은 실험적 성격이 강할 정도로 유례가 없는 가장 혁신적이고 지극히 창조적인 사건이다.

 군산형 일자리는 상생형 일자리 중 직접고용 규모가 가장 크고 정규직 채용 비중이 높으며 직무와 성과 중심의 선진형 임금체계가 도입된다. △지역공동교섭을 통한 적정임금 △근로시간 탄력근로제 △노동자 이사회 참관제를 도입했다. 전북지역 제조업 평균임금을 지향하되,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화 적용을 해 기본급 비중을 높였다. 초과 근로시간을 계좌에 저축한 후 필요에 따라 휴가 등으로 사용하는 근로시간계좌 역시 가동된다. 이것과 함께 원, 하청 복지기금의 공동 조성형태는 원,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차이 해소의 혁신적 상생모델을 이루어 냈다. 그러면 산업 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우리 아버지와 아들들의 삶의 질이 얼마나 높아지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겠는가? 가장의 실직으로 어둡던 가정의 어둠이 걷히는 듯하다. 연애도 결혼도 소망하는 젊은이들의 꿈이 영글어가는 듯하다.

 이러한 시도가 더욱 확대 정착된다면 한국사회의 약육강식 상극사회를 좀 더 평화로운 상생사회로 만드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 이번 협약을 기반으로 큰 어려움 가운데 있는 군산경제가 하루빨리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며 또한 그렇게 될 것으로 믿어진다. 더 나아가서 이 상생모델이 침체한 한국사회와 경제계를 질적으로 양적으로 다시 한 번 도약시킬 모범이 되고 선봉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렇게 창조적인 합의를 이끌어 주신 노·사·민·정 대승적 결단에 큰 지지를 보내며 네 주체의 실질적 관계자 분들과 논의의 틀을 마련해 주고 처음부터 노력한 군산시에 감사를 표한다.

 개항 이후 전북 지역의 곡물 반출항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던 군산은 1920년대에 들면서부터 그 성장에 비례하여 노동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된 전통이 있다. 이 노동운동이 발전, 승화되어 오늘의 대타협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믿으며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특히 이번 합의는 노동계의 파격적인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결실의 계절 11월에 이런 낭보와 함께, 군산시는 오는 7일 오후 군산대학교 종합체육관에서 ‘2019 군산시 그랜드 취업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우리 군산의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는 여러 신호가 여명인 양 밝아오고 있다.

 황진<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군산혁신성장 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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