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공평의 패러다임 시대
공정과 공평의 패러다임 시대
  • 박승환
  • 승인 2019.11.03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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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예술의 행위’를 지나 ‘예술의 쓰임새’라는 말이 주의를 끌기 시작했다.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예술이 오랜기간 유일하고, 혜택받은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생각되던 시기의 지속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꾸준하게 공공미술관 등에서 관심을 갖고 기획을 하고는 있으나 일상으로서의 폭넓은 참여는 그조차 부족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과연 예술의 가치라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 얼마 전 좋은 영화를 만난 적이 있다. 예술의 쓰임새에 대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명쾌하게 전달해준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원작: FACES, PLACES)이라는 영화이다. 주인공이자 할머니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는 쉽지 않은 20세기를 혁신적 여성운동가로서

 활동한 프랑스의 여류예술가이다. 그녀는 사진작가로 시작해서 영화촬영기사, 배우, 각본가, 비주얼 아티스트, 설치예술 등 다방면에서 폭넓게 활동하였다. 올해 3월말, 조용하면서도 간략하게 그녀의 사망소식이 국내기사에 실렸다. 그녀는 90세로 사망하기 직전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다. 30대 초반의 사진작가인 JR과 50세 이상의 나이 차이를 오히려 에너지의 자원으로 삼아, 혁신적으로 도전해가는 즐거우면서도 감동적인 다큐 영화이다.

그 둘은 프랑스 각 지역을 돌며, 소외 계층이거나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예술이라는 매개체로 각각의 살아온 삶의 가치와 희망을 연결해주고 자존감을 일 꾀어 주는 감동적 스토리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살아 숨 쉬고 있다. 필자가 근래 보았던 영화 중 가장 감명 깊었고, 예술이라는 장르가 지켜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준 수준 높은 다큐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필자는 간략히 보도된 그 아티스트의 사망기사를 보고, 작고한 그녀의 예술적 방향성을 기리고자 학생들에게 감상평을 리포트 과제로 제시하였다. 역시 그 효과는 대단하였고, 어떤 방식이든지 그 영화를 보았던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는 예술의 진정한 가치와 그 쓰임새에 대해, 각각의 살아가는 미래적 비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던 세계적인 유명 작가 ‘알랑드 보통’은 그의 저서 <영혼의 미술관>에서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화두를 던진다. 예술과 작품에 대한 접근성으로(특히 어린아이들과 소외계층) 공정한 혜택을 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필자는 새로 입학한 새내기 학생들에게 항상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현재 또는 미래의 성공적 아티스트나 전문직으로 성공하려면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스스로 공정성을 찾아가기가 어려운 소외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성공적인 전문성을 갖춘다 하더라도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정과 공평의 패러다임이 최대한으로 밀려오는 시대다. 어렵게 지켜온 ‘아녜스 바르다’ 같은 혁신가들이 지켜온 신념의 바탕위에서 현대의 예술장르에서도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특히 요즘 우리사회는 과거의 좌우이념에서 공정에 대한 논의에 대한 변화로 많은 시련을 격고 있다. 그동안 조금씩 내밀어 오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즘 들어 급격히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되었다.

이제 그 ‘예술의 쓰임새’에 대한 가치를 논의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얼마전 서학동 예술마을에서는 올가을을 맞이하여 나름 커다란 마을축제가 열렸다. 하나는 전시문화를 표방한 미술축제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공방작가 위주의 마을주민을 위한 문화축제이다. 둘 다 지역에서 대표하는 예술마을이다 보니 기관이나, 지역인사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였고 지역 예술가, 공방작가, 주민들 역시 함께 어우러진 축제마당이었다.

성과를 자평하겠지만, 이제는 한 번쯤 더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어렵게 자리잡아가는 에술축제는 무엇을? 누구를 위한 예술축제인가? 쉽지는 않겠지만 보여주기를 벗어난 진정성 있는, 가치가 있는 진정성 있는 예술마을 축제로 자리 잡기를 신뢰하고 기대한다.

 박승환<전주국제사진제 운영위원장/전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동대학원 사진전공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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