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보훈 현장을 찾아서 - 보훈가족을 위한 특별한 동행
따뜻한 보훈 현장을 찾아서 - 보훈가족을 위한 특별한 동행
  • 조진희
  • 승인 2019.10.31 13: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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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딱히 무덥지 않은 여름이었다. 이대로 별 탈 없이 계절이 바뀌나 했건만 9월만 세 차례의 태풍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난 어느날이었나, 거리를 걷다보니 도로의 가로수들은 이미 형형색색 붉고 노란 옷들로 갈아입고는 또 다른 계절을 만끽할 채비를 끝냈고, 하늘도 그에 맞춰 더없이 맑고 푸르다. 그렇지. 나의 무관심이 알아채지 못했을 뿐 이미 가을이었다.

  사실 야외로 나갈 일이 없으면 우리는 그 계절의 정취를 느낄 수 없을 때가 많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국가유공자들과 보훈가족이라면 더 그렇다. 평소 문화생활 향유는 물론,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하는 보훈섬김이를 제외하면 젊은 세대와의 정서적 교류도 어려운 보훈가족들을 위해 전북동부보훈지청에서는 매년 가을이면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특별히 어르신들이 마치 축제의 현장에 오신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청사 앞마당에 다양한 체험부스를 설치하고, 4층 대강당에는 공연단의 공연도 준비했다. 2019. 10. 24(목) 추진된 「2019 아주 특별한 동행! 보훈나눔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금번 행사는 우리 지역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분들을 초청, 지역사회 봉사단 및 학생봉사자들이 마련한 다양한 공연과 활동을 체험하며, 세대간 만남의 장을 통해 고령 보훈가족분들의 정서․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드리고 학생들의 보훈에 대한 인식 제고와 봉사정신 확산에 기여하고자 추진됐다.

  4층 청사 내부에서 진행된 보훈콘서트는 전북랜드 공연단이 국악, 색소폰 앙상블, 트로트 등의 공연을 진행하며 보훈가족 어르신들의 흥을 돋웠다. 어르신들은 한시간 반동안 진행된 다양한 공연 메들리에 맞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청사 앞마당은 또다른 체험활동 준비를 위해 분주했다.공연을 마치고 내려오신 어르신들을 위해 한국건강관리협회전북도지부에서는 간이 동맥경화검사를, 나눔봉사단에서는 수지침으로 어르신들의 건강을 살뜰히 챙겼다. 기전대학교 호텔제과제빵과 학생들은 보훈가족과 함께하는 컵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비전대학교 미용건강학과 교수님들과 학생들은 네일아트, 헤어커트, 마사지 체험을, 전북동부보훈지청에서는 태극기 컬러링, 타투, 포토존 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준비하여 어르신들을 맞이했고, 어르신들은 두시간여 가까운 시간 동안 느린 걸음이지만 즐겁게 부스 하나하나를 방문하며 자원봉사자들과 보훈지청 직원들이 함께 정성껏 마련한 체험의 장을 즐겨 주셨다.

  어르신들이 동맥경화 검사를 받으시며 더없이 진지하셨던 모습, 손녀뻘 되는 학생들이 정성껏 칠해드린 손톱을 자랑하며 웃으시는 모습, 전문가의 손길에 깔끔해진 머리를 보고 흐뭇해하시는 모습, 학생들과 함께 짤주머니로 생크림을 짜 넣으며 즐거워 하시는 모습, 학생들의 마사지를 받으시고는 주름이 없어진 것 같다며 만족해 하시는 모습, 그리고 그런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니며 옆에서 딸처럼 하나하나 챙겨주시는 보훈섬김이들과, 원활한 행사진행을 위해 앉을 틈도 없이 행사장 곳곳을 뛰어다닌 보훈복지사들의 모습까지. 만약 시간이 지난 후에 이번 가을을 되돌아본다면, 유달리 따뜻했던 그날의 청량한 가을하늘과 그분들의 미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찌보면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쓰고 내 시간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텐데도, 고령의 보훈가족 분들이 가을날의 즐거운 추억을 누릴 수 있도록 힘써 주신데 대해 참가한 자원봉사자와 단체 분들께도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전북동부보훈지청은 고령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분들이 정서적․문화적으로 소외됨이 없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폰 활용교육을 비롯해 영화관람과 함께하는 강의를 통한 힐링체험, 그리고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훈가족들을 위한 외부 상담기관 연계 등 많은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러한 일회성 행사나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 지청은 모든 보훈가족들이 행복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조진희 / 전북동부보훈지청 복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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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산이 2019-11-01 14:24:41
속으로 곪아터진 허울좋은 재가복지는 폭력입니다.
복지인력 엉망인 처우개선이나 하시죠
이런 홍보글 부끄럽지도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