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박쌤& 진쌤이 전하는 生生한 교육이야기
NIE 박쌤& 진쌤이 전하는 生生한 교육이야기
  • 박성욱
  • 승인 2019.10.31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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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구워 먹기

 ▲들 냇가 놀이터

여름 초가을 과학책에는 산 들 냇가에 사는 생물들이 나온다. 아이들은 참 재미있게 공부하는 부분이다. 아이들과 함께 잔디밭 풀밭을 뛰어다니면서 ‘툭툭’ 뛰어오르는 메뚜기를 잡았다. 여러 친구가 잡은 메뚜기를 한 마리씩 투명한 곤충채집통에 넣었다. 금 새 채집통을 다 채웠다. 삼십 마리를 쯤 되었다. 가끔 큰 방아깨비를 잡으면 횡재다. 방아깨비 뒷다리를 잡는다. “방아깨비야! 방아 찧어봐.” 방아깨비는 방아를 찧듯 위아래로 몸을 움직인다. 좀 짓궂은 녀석은 사마귀를 잡아서 곤충채집통에 넣는다. 사마귀 먹이 준다면서 메뚜기랑 애벌레랑 넣어준다. 여름, 초가을 들 풀밭에는 놀 것이 참 많다. 학교 옆 작은 냇가가 있다. 물속을 천천히 바라보면 버들치, 붕어, 송사리 등이 헤엄치고 있다. 족대를 가지고 냇가로 들어간다. 친구와 짝을 이뤄 물고기를 몬다. 한 사람은 물이 흐르는 아래쪽 한 사람은 위쪽. 미꾸라지, 송사리, 붕어, 버들치, 갈겨니 등 여러 가지 작은 물고기들이 잡힌다. 우렁이 다슬기도 잡아서 함께 넣는다. 그런데 만화에서처럼 큰 물고기는 없다. 커 봐야 손가락 길이 정도다.

  “선생님 이거 구워 먹을 수 있어요?”

  “작아서 안 되겠는데.”

  “그럼 우리 큰 물고기 잡아서 구워 먹어볼까?”

  “그래!”

 덜썩 약속을 하고 보니 일이 커져 버렸다.

 

 ▲완주와일드푸드 축제를 가다.

나도 어렸을 때 만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큰 물고기를 잡아서 구워 먹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큰 물고기를 잡지 못해서였다. 그래서 완주와일드푸드 축제에 가기로 했다. 시랑천 송어, 향어 등 큰 물고기를 풀어놓고 맨손으로 잡는 체험이 있기 때문이다. 잡은 물고기는 그곳에서 손질도 해주고 직접 숯불에 구워 먹을 수도 있다. 완전 딱이다. 그런데 일단 재미있는 것을 하려면 아이들과 거래를 해야 한다. 아이들이 배움에 집중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9시 30분부터 그리기 대회가 있다. 일단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나서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것이다.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무서운 친구들은 메뚜기 구워 먹기, 두부 만들기, 메추리구이 등 여러 가지 체험 부스에서 놀면 된다. 9월 27일 마침내 그날이 되었다. 버스를 타고 완주와일드푸드축제 행사장에 도착했다. 평일 개막식 날 오전이라서 다행히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리기 대회 운영본부에서 도화지를 받고 ‘가을풍경’이라는 주제로 열심히 그렸다. 그러나 그림을 좋아하는 몇몇 아이들 빼고는 마음이 이미 다 시랑천 물고기나 먹거리 부스에 가 있다. 그림을 후다닥 그리고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체험을 하는 곳으로 갔다. 호각소리가 울리자 첨벙첨벙 우르르 물속으로 들어간다. 미끌미끌 펄떡이는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기가 쉽지 않다. 협동작전으로 우르르 몰고 가서 냇가 가장자리로 물고기를 몬다. 물고기를 구석에 몰아보고 다 함께 재빨리 ‘첨벙, 꽉-’

  “야호! 잡았다.”

이렇게 해서 잡은 물고기가 무려 21마리다. 이 정도면 전교생이 맛볼 수 있는 양이다. 잡은 물고기를 가지고 손질해 주는 부스로 갔다. 깔끔하게 구이용으로 손질해 주시고 굵은 소금도 넉넉하게 쳐서 간을 해 주셨다. 비닐봉지에 잘 담아서 학교로 출발….

 

▲ 화덕에서 물고기를 굽다.

 학교 선생님께 미리 전화해서 화덕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학교에 도착해서 화덕에 불을 붙였다. 나무가 활활 타고 숯불로 변할 때쯤 호일로 잘 싼 물고기를 불 속에 넣었다. 요즘 아이들은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급식에 생선이 나오면 가시가 많다고 비리다고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먹지 않고 버리는 것이 일상이다. 과연 아이들이 이 맛을 좋아할까? 물고기가 다 익을 때까지 아이들은 자리를 뜨지 않는다. 불은 더 활활 타오른다. 살짝 구수한 냄새가 풍길 때쯤 물고기를 꺼낸다. 살짝 집어서 입에 넣으니 숯불 향이 퍼지면서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잘 먹는다. 가시 빼고 다 발라먹었다. 저녁에 문자 한 통이 왔다. 아이가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과식했다고 소화제를 먹었다고 한다.

박성욱(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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