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안쓰러워서” 채점 도중 교직원이 학생 답안지 수정
“아이가 안쓰러워서” 채점 도중 교직원이 학생 답안지 수정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9.10.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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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올 2월까지 같은 학교 근무…지난해에도 성적 조작 의혹
전북만 예외인 고교상피제 적용 문제 대두

전주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학생 답안지가 갑작스럽게 수정되는 사태가 벌어져 전북도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했다. 해당 학생의 아버지는 현직교사로 올해 2월까지 이 학교 교무부장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조사를 통해 확인돼야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전북만 예외로 둔 고교상피제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30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전주 한 사립고에서 2학기 중간고사 채점이 진행되는 동안 교직원 A씨가 몰래 2학년 학생 B군의 객관식 3개 답안을 수정했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채점자였던 국어교사 C씨에 의해 밝혀졌다.

C교사는 지난 10일 실시된 ‘언어와 매체’ 과목을 채점하는 도중 B군이 제출한 OMR 카드를 훑고, 10분여 간 자리를 비웠다.

이후 자리에 다시 돌아오니 객관식 세 문제의 답안이 수정된 정황을 발견했고, 문제라고 판단해 학교장에게 보고했다.

학교 자체 조사 결과, C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교직원 A씨가 벌인 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교직원은 이같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현재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B군도 자퇴 신청을 했으나 두 사람 모두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수리되지 않았다.

문제는 지난해에도 B군의 성적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학교 교무부장으로 근무했던 아버지 D교사는 아들의 시험 성적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자 오해받기 싫다며 공립학교로 파견 신청했다. 아버지 D교사는 B군의 졸업 이후 다시 해당 사립고로 돌아오게 된다.

이번 성적 조작 사태가 터지면서 전북만 예외로 한 고교상피제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전국 고교에서 고교상피제를 적용키로 한 가운데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학생의 고교 선택권을 침해하고,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제도”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이번 사안이 부모와 직접 관련된 사안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으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충분히 있어왔다”며 "고교상피제는 학사 관리의 불공정성을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도록 한 최소한의 조치다. 사립학교법이 개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도교육청이 적극 나서서 공립학교에 적용한다면 사립학교에도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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