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 시인의 아름다운 눈물로 피어난 ‘둥지는 없다’
강민숙 시인의 아름다운 눈물로 피어난 ‘둥지는 없다’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10.30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상의 구절마다 드러나는 아름다움에 외로움이 줄기처럼 얽혀있는 시집이 세상을 마주했다.

 강민숙 시인은 13년만에 네 번째 시집 ‘둥지는 없다(실천문학사·1만원)’를 발간했다. 남편의 사망신고와 아이의 출생신고를 같이 해야 했던 아픔,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얘기했지만 한 보험사가 홍보물로 만들어 다시 눈물을 삼키는 시간들을 견뎠던 시인. 강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둥지는 없다’는 삶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둥지가 없다는 사실은 ‘상실’로 자라나며, 시인은 그 상실을 치유하기 위해 나선 세계의 길에서 익명의 독자들과, 자신에게 ‘이를 어찌할 것인가’라는 상실의 화두를 되새기고 울먹임을 삼키며 고른 숨으로 연과 행을 펼쳤다.

 강 시인은 “아이 엄마이자 대학원생으로, 그리고 가장으로서 살면서 가슴속에 불타는 시혼을 억누를 수 없었다. 틈틈이 시를 쓰면서 언제나 내게 영감과 행복을 줬던 ‘시대를 앞선 이들’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곳곳을 돌아본 흔적들에서 내 과거의 아픔들을 마주하는 일은 고통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시는 나를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시인의 깊은 사유는 500편의 시를 54편의 시로 함축하는 과정에서 언어들의 정수를 남긴다. 이는 부안의 바다에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순결한 소금과도 같은 맑음이 있다. 시인의 시들 중 ‘겨울나그네’는 부안군 백산면의 소녀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슈베르트를 마주하며 음악시간의 부끄러움에 대해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으로 전개된다. ‘미완성 교향곡이다 / 나에게는 지금도’라는 마지막 두 행은 그 슬픔의 흔적을 줄였기에 깊은 울림이 번진다.

 도종환 시인은 해설을 통해 “앞선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이나 예술인을 통해 드러나고자 했던 소망적 자아의 형상들과 시적 자아와 시인자신이 동일한 형태로 드러난 자아의 모습들도 시에 다양하게 표현되었다”고 밝혔다.

 신경림 시인은 추천사에서 “강민숙 시인처럼 어둡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시인은 흔치 않다. 이때의 심경을 그는 곧잘 두려움 속에서 날개를 접고 어둠을 응시하며 떠는 연약한 새에 비유했다”라며 “그의 시는 어둠을 이겨내고 절망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궁상스럽고 슬프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강민숙 시인은 전북 부안 출생으로 숭의대와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하고 동국대와 명지대에서 문예창작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91년 등단해 아동문학상과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외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이휘빈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