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별곡] 찻잔 속에서 마음의 울림을 들어보라
[식물별곡] 찻잔 속에서 마음의 울림을 들어보라
  • 소재현
  • 승인 2019.10.30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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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꼭 하고 싶은 계절이다. 초의선사처럼 흰구름과 밝은 달을 청해도 좋고 곁에 좋은 이들을 청해 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눌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그림이 될 것이다.

 
찻잔속에서 마음의 울림을 들어보라.

 

  찻물 끓는 대숲 소리 솔바람소리 쓸쓸하고 청량하니

  맑고 찬 기운 뼈에 스며 마음을 깨워 주네

  흰 구름 밝은 달 청해 두 손님 되니

  도인의 찻자리 이것이 빼어난 경지라네

 

 <초의선사의 “동다송”중에서>  

  차 한잔 꼭 하고 싶은 계절이다. 초의선사처럼 흰구름과 밝은 달을 청해도 좋고 곁에 좋은 이들을 청해 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눌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그림이 될 것이다.

  정성을 들여 물을 끓이고 다관에 우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자연의 에너지를 마시는 것과 같다. 자연의 에너지 즉 차를 마시면 더할 나위 없이 몸과 마음이 건강해 진다.

  차 한잔을 음미하면서 잃어버렸던 자아를 성찰해보라. 삶 아래로 영원은 먼 과거에서 미래로 소리없이 흐르고 있으리라. 차 한잔을 마시며 마음을 내려놓고 있노라면 그 은은한 차향이 나에게와서 나와 하나가 된다.

  예로부터 구도자나 다인(茶人)들은 차를 충분한 시간의 여유를 두고 여러 잔 연속해서 마셨다.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데 좋은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밥먹고 차마시는 일이 일상에서 늘 하는 일이라 흔하디 흔한 일을 가리켜 다반사(茶飯事)라고 일컫기까지 한다.

  조선조 조정에서는 다시(茶時)라 하여 일하기 전에 차 마시는 시간을 가졌고, 불가에서는 차가 마음의 안락을 체험하는 수행의 방편이라 하였고, 유가에서는 차를 군자와 같이 여겼을 정도로 귀하게 대하고 있다.

  현대에 들어 질병 원인과 관련해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활성산소인데, 이게 모든 질병의 원인이라고까지 할 정도다. 활성산소가 몸 속의 세포를 공격하고, 그렇게 뇌나 혈관, 피부 등 공격받은 인체 부위가 손상되면서 노화가 진행된다고 한다. 차가 우리 몸에 좋다는 현대적인 연구 결과도 이 부분에 관한 것이 많은데, 차 속의 탄닌(카테킨류) 등이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다는 것, 그 결과 항암이나 유전자변이에 대한 억제 혹은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 것이다.

  차나무는 10~11월에 흰 꽃이 피고, 이듬해 가을에 열매가 익어, 꽃과 익은 열매가 함께 달려 있어 실화상봉수 (實花相逢樹)라고 하며, 뿌리가 매우 깊게 뻗어 건조에 강할 뿐 아니라 산비탈에 심으면 장마철 폭우시 산사태 방지에도 그만이다. 차나무는 옮겨 심으면 잘 죽는 성질이 있으므로 씨앗으로 심어야 한다. 이러한 연유로 딸을 시집보낼 때 예물에 차를 넣어 보냈는데, 이 나무를 본받아 다른 마음을 품거나 개가하지 말고 가문을 지키라는 뜻이 숨어있다. 예식을 마치고 신부가 친정에서 마련한 차와 다식을 시댁의 사당에 올리는 연유도‘절개를 지키고 이 가문을 지키겠다’라는 무언의 약속인 셈인데, 이러한 풍습을 봉차(封茶)라고 한다.

  90년대 초반쯤으로 기억되는데 꽤나 명망(名望) 있는 금산사 스님으로부터 전주 수목원으로 상담요청이 왔었다. 당시 금산사 뒷편에 토사유실이 심하여 이곳에 나무를 심고자하는데 어떤 나무가 적당하냐 하는 내용이다.

  일단 현장을 보고 말씀드리겠노라 하고 모악산쪽 자생식물의 식생조사도 할 겸 금산사 현장을 보니 경사가 심하여 나무는 심을 수 없는 상태여서 차나무 씨앗을 현지에 직파(直播)하고 낙엽을 덮어 주라고 권했다. 이듬해 사찰측에서는 조언대로 실행했고 지금도 금산사 한쪽 비탈에서는 차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차나무는 뿌리가 깊어 이식이 어렵지만, 파종을 잘한다면 경사면의 토사유출을 방지할 수 있으니 고속도로현장에서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름에 퍼 붓는 폭우를 뿌리깊은 차나무가 지켜주고, 늦가을에 피는 흰꽃의 은은한 향은 우리의 감성을 울리고, 귀한 이와 함께하는 찻잔은 건강과 마음을 이롭게하니 이보다 더 넉넉한게 있으랴?

 차 한잔의 여유로 깊은 마음의 울림을 들어보라!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과장 소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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