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이제는 양에서 질이다
수돗물, 이제는 양에서 질이다
  • 김봉재
  • 승인 2019.10.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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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상수도는 1908년 둑도 정수장 건설을 시작으로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과 함께 본격적으로 보급되었다. 이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수돗물을 넉넉히 보급받느냐 하는 양적인 확대가 상수도 공급의 주안점이었으며 실제로 1960년 16.8%이던 상수도 보급률이 2004년 90% 돌파하였고 현재 2019년도에는 99%를 달성하여 성공적인 양적 확대를 이루었다. 하지만, 성공적인 상수도 보급 확대 이후 국민들의 상수도에 대한 질적 발전, 즉 수질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올해 5월 수도권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고를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수돗물 수질에 대한 불만과 깨끗한 수질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시 사고 피해지역의 주민들은 길게는 7주간 붉은색 수돗물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수질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수돗물이 마셔도 되는 물인지에 대해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수돗물은 정수장에서 까다로운 먹는 물 수질기준을 충족도록 안전하게 처리하여 수도관을 통해 공급된다. 하지만, 수도관 내부에서 시간의 흐름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녹과 물때 등의 이물질이 유속 변화나 외부의 충격에 의해 떠오르고 사용자에게 공급되어 발생하는 것이 붉은 수돗물 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붉은 수돗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도관 상태를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며 수돗물 흐름 방향의 변화나 유속 변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에 환경부는 수도관 내부의 적체된 이물질을 제거하는 관 세척 작업의 주기적인 시행 등 상수도 유지관리 의무화를 비롯하여 오래된 수도관의 정비사업을 위한 노후관로 정밀조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국 4개소에 유역수도지원센터를 신설하여 수돗물 공급계통 전환 등 상수도 관리 전문성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고 수도사고 등의 비상상황 발생 시 현장을 지원토록 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수도공급자인 K-water 또한 국가정책에 부응하여 다양한 수질사고 예방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관 세척 공법에 대한 이론 및 실습교육으로 직원들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기존 재래식 관세척 공법보다 효과가 우수한 산소관세척 공법을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수도관 내부 수돗물이 정체되는 구간에 오랫동안 흐르지 않아 오염 우려가 있는 정체된 물을 자동으로 배출해주는 자동드레인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또한 일반 가정집 내 수질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수돗물 안심확인제’를 시행하여 수도꼭지 수질검사를 통해 수질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고 있으며, K-water가 대행 관리하고 있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돗물 안심확인제 제도의 활성화와 공감대 형성 방안 마련을 위해 거버넌스 구축 및 포럼 개최 등 지역사회의 수돗물 신뢰도 회복에 힘쓰고 있다.

 붉은 수돗물 사고는 그동안 쌓아온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음과 동시에 수돗물 수질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킨 기회이기도 하다. 이 사고를 단순히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잊혀지는 진통이 아닌 보다 깨끗한 수돗물 공급을 위한 발전적인 변화의 계기로 활용하여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 수도공급자는 더욱 강화된 상수도 운영관리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초 상수도 운영 개선에 걸림돌이던 예산 문제를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해소하고, 수도관 유지관리를 위한 단수작업의 당위성을 홍보하여 단수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 개선도 해결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우리는 수돗물의 양적 확대를 성공적으로 이루었고 이제는 깨끗한 수돗물을 요구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질적 발전을 도모할 때다. 환경부와 수도공급자들이 붉은 수돗물 사고를 계기로 수돗물의 질적 향상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만큼 국민들의 이해와 협력을 지원받아 상수도 운영관리 체계를 성공적으로 개선하기를 기대해본다.

 김봉재<한국수자원공사 금·영·섬권역부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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