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13%인데 ‘만점’…전북교육청 특성화고 평가 실효성 논란
취업률 13%인데 ‘만점’…전북교육청 특성화고 평가 실효성 논란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9.10.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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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교육청이 특성화고 취업률 평가를 입맛대로 진행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도내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매우 저조한데도 평가 점수를 후하게 준 것으로 드러나 상급기관인 도교육청이 취업률 제고를 유도하기는커녕 예산 혜택만 누리도록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16년~2018년)간 ‘전국 시·도교육청 소관 특성화고의 평균 취업률 및 진학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북도교육청이 취업률이 낮은 학교에 ‘보통’ 등급 이상으로 평가하는 등 특성화고 운영성과 평가항목의 취업률 급간과 배점을 변별력 없이 구성해 실효성 없는 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특성화고가 지정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취업률(최저 6점, 최고 20점)과 전문교과 편성비율(최저 2점, 최고 10점)을 1순위 지표로 설정하고, 최고 및 최저점수 간 각각 14점, 8점 차이가 나도록 하는 표준안을 마련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평가지표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더라도 교육부 표준안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취업률과 전문교과 편성비율의 배점 및 급간의 간격을 변별력 있게 구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전북도교육청은 2014년 10월 취업률이 40% 이상인 경우 15점, 10% 미만인 경우 8점을 적용해 최고점과 최저점의 점수 차가 7점밖에 나지 않도록 설정했다. 이는 교육부 권고안(취업률 60%이상 20점, 30% 미만 6점, 점수차이 14점)보다 7점이 더 낮은 점수다.

2014년 하반기 평가대상인 도내 특성화고 24개교 중 A고교와 B고교에 대해서는 2011~2013년 평균 취업률이 각각 29.6%, 27.3%임에도 ‘보통’이상의 등급을 적용했다.

또 전북도교육청이 올해 1월 수립한 특성화고 운영 성과평가 추진계획을 보면 취업률이 10%이상일 경우 최고 5점, 5% 미만일 경우 최저 3점으로 2점에 불과한 점수 차를 적용했다. 이로 인해 최근 3년간(2016~2018년) C고교는 취업률이 4.94%에 불과한데도 3점을 취득했고, D고교는 취업률 13%에 5점 만점을 취득하는 등 취업률 지표의 변별력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도내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현저히 낮은 상황 속에서도 진학률은 높은 기이한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도내 특성화고 E고교는 취업률 13.5%인 반면 진학률은 78.4%로 높았고, F고교는 최근 3년간(2016~2018년) 취업률이 3%에 불과함에도 진학률은 81.3%에 달했다.

전북도교육청은 특성화고의 전문교과 의무 편성비율도 기준보다 낮게 적용했다. 도교육청은 47.8%·86단위가 아닌 40% 미만·72단위를 설정하고, 45%이상 50%미만인 대부분 학교들에 대해선 최소 11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감사원은 “도교육청의 이같은 평가방식은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아 취업 중심이라는 특성화고 운영 취지에 배치한다”면서 “특성화고에 장학금 등 직업교육 관련 예산도 지원 받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책무성을 갖고 노력이 미흡한 학교에 대해서는 체제 개편을 권고하거나 지정 취소를 검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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