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의 ‘미투 운동’ 불구하고 가해자들 문화예술계 복귀
연극계의 ‘미투 운동’ 불구하고 가해자들 문화예술계 복귀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10.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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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연극계의 ‘미투 운동’이 1여년이 지난 시점에 미투 운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복귀해 지역 연극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초 전북 연극계의 ‘미투 운동’으로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이하 전북연극협회)와 극단들은 관련자들을 제명하는 한편, 관련 극단 여러 곳이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당시 제명자 중 A씨가 최근 도내 한 연극 작품에서 연출과 각색을 맡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문화예술계에서는 미투 가해자들의 복귀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북연극협회는 28일 오후 3시 임시 이사회를 열고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조민철 회장은 “전북연극협회는 28일 징계절차를 마련했으며 제명자와 접촉한 이들에 대해 제보를 받아 접촉한 회원들에게 소명의 기회를 통해 우발적 조우인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밝힐 것이다” 라며 “절차에 따라 진실을 살펴 한 달 내로 견책, 권리정지, 제명등을 상황별로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작년에 제도를 마련했으며 무엇보다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을 모색할 것”이라며 “제명자와 접촉한 회원이 드러나고 징계가 보도될 시 타 기관에서 제명자와의 협업을 꺼릴 것이고 운신의 폭도 줄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극협회는 사단법인인 만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여력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권 연극계 관계자 B씨는 “전북연극협회가 시행할 수 있는 최고 징계는 제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성폭력으로 제명된 이들의 활동을 막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이미 제명된 연극인들 또는 연극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연극인들도 협회 제약 없이 활동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권지현 전주성폭력예방치료센터장은 “전북이라는 좁은 지역에서 먹고살기 위해 문화예술계에서 일하는 피해자들은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가해자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복귀해 활동하는 것으로도 불안을 느낀다”라며 “현재도 많은 피해자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고, 용기 내서 밝힌 고발이 무위로 돌아갈까 두려워한다. 무엇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악행이 다시 당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될 것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들의 처벌과 더불어 인식 개선 교육과 환경 개선이 절실하다”라며 “위계적인 구조에서 벗어난 연극 활동과 연극계의 확실한 규약 제정 및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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