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기 개인전 ‘삼거리 이발소’ 거친 붓질로 허를 찌르는 휴머니즘
홍선기 개인전 ‘삼거리 이발소’ 거친 붓질로 허를 찌르는 휴머니즘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10.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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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이발소
삼거리 이발소

 마을 어귀의 삼거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다. 그곳에 위치한 이발소는 세상사 모든 소문의 근원지가 되고도 남는다. 마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사회 이슈, 국가의 거대한 음모에 대한 우려까지도 삶의 다양한 조각들이 떠다닌다.

 어떠한 일정한 틀 안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하는 홍선기 작가가 ‘삼거리이발소’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홍선기 작가의 열다섯 번째 개인전이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교동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전시 오픈식은 29일 오후 5시에 이뤄진다.  

8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시작해 매년 거의 개인전을 가져왔던 홍 작가는 어느덧 전북 지역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중견 작가가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개인전은 뜸했지만, 의미있는 기획전에서 선후배들과 동고동락하며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던 부지런함으로 그의 붓질은 더욱 농익은 모양새다.  

홍 작가는 개인적인 숨은 상처와 아픔, 체험 등을 작품 속에 투영한다. 때로는 현실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내용들을 견지해왔고, 불안했던 시대를 보여주는 장치로 어두운 배경과 두터운 질감을 주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근작에서는 허를 찌르는 위트와 은유, 휴머니즘이 화폭에 더욱 강조되었다. 담배 하나를 들고 엉거주춤 서 있는 학생의 가슴에 붙은 명찰의 이름이나 친근하고 익숙한 주변인들이 이발을 하고 있는 모습 등 화폭 속에 숨겨진 장치를 통해 아는 사람만 아는 홍 작가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사실, 70년대 통제된 그 시절의 그 모습을 담아낸 그림은 지금의 풍경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채색으로 휘감은 인물들, 뒤틀리고 변형된 형상은 조급하고 통제된 시대에 내몰린 우리 시대의 자화상인 것이다.

 내면 속에 숨은 이야기가 더 진국인 그의 작품은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이는 ‘삼거리이발소’ 를 지나는 모두가 그 안을 기웃거리도록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건용 군산대 명예교수는 “그의 역설적이고 불편한 장면의 그림들은 우리 자신들이 겪고 이겨낸 삶의 일부가 되었으며 이제 와서는 그의 그림이 오히려 익숙해지고, 함께 소통 되어지는 문화적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그의 그림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고 우리 시대의 삶과 문화를 대표적으로 발언해주는 아이콘이 되었다”고 평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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