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상생협력기금 활성화에 정부와 기업 모두 발벗고 나서야
농어촌상생협력기금 활성화에 정부와 기업 모두 발벗고 나서야
  • 정운천
  • 승인 2019.10.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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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해남 땅끝마을로 내려가 지난 25년간 농사를 지었다. 농촌현장에서 갈고 닦은 경험과 노력을 인정받아 노무현 정부에서 FTA 대책 마련을 위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리고 현재는 제20대 국회의원으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농어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2018년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평균 가구소득의 65% 수준인 4,207만원으로 십수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우리나라 3만 7,200개 행정마을 중에서 40세 미만 청년농가는 7,600가구로, 5개 마을에 청년농가가 1개 마을 정도밖에 안되는 심각한 수준에 놓여있다.

 특히,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한·EU FTA, 한·미 FTA, 한·중 FTA 등 봇물같이 터진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더욱 어려워졌다. 이렇게 우리나라 농업에 적색경보가 켜졌지만 정부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2015년 11월 30일, 여·야는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최종 합의하면서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는 여·야·정 합의서를 내놨다. 당시 합의서 발표 직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 4개 단체와 전국은행연합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합의 환영 및 비준 촉구’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매년 1천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게 여·야·정이 합의하고, 재계가 동의해서 출범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출범한지 3년째가 됐지만, 정부와 기업들의 무관심 속에 1조원을 목표로 탄생한 기금의 곳간은 텅텅 비어가고 있고, 그 피해는 오롯이 농어민이 감당하고 있다.

 기금 출연 현황은 2017년 309억원, 2018년 231억원, 올해는 102억원으로 총 643억원에 그치고 있다. 3년 목표액인 3,000억원의 21.5%에 불과하다.

 특히, 기업들의 참여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기업들은 지난 3년간 총 73억원을 출연했으며 전체 643억원 중 11.4%에 그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과 상생하기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은 출범한 지 8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고, 기업들은 2018년 한 해만 2,000억원을 출연했다.

 이렇게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에는 적극적으로 출연을 하면서 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외면하고 있는지 참 안타깝고 답답한 상황이다. 또한 정부와 여당도 마찬가지로 왜 농어민을 위한 상생기금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는지, 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지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필자는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5대 그룹 사회공헌담당 임원들에게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기업들의 사회공헌담당 임원들은 농어촌 상생발전에 대해 적극 공감하면서 기금 출연을 적극 검토할 것을 약속했지만 2019년 한 해 동안 기업들의 기금 출연 실적은 고작 18억원에 불과했다.

 또한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5대 대기업 사회공헌담당 임원들과 함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활성화를 위한 비공개 회의를 개최하여 어려운 농어업과 농어촌의 현실에 대해 강조하고, 대기업들이 기금 출연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 그리고 기업 모두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하고, 상생기금을 통해 어려운 우리 농어촌이 하루빨리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운천 /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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