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 초빙교수겸 정철카피 대표
정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 초빙교수겸 정철카피 대표
  • 김장천 기자
  • 승인 2019.10.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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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제4기 CVO 비전창조 아카데미 제20주차 강의
CVO강의 정철 강사
CVO강의 정철 강사

 “김제동을 살짝 닮은 카피라니터입니다. 그리고 33년차 광고의 말과 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글을 잘 쓰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 답은 ‘직접 써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외모, 명함 등을 보고 사람을 판단했다면, 이제는 그 사람의 글이 그 사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단이 됐습니다. 앞으로 짧은 글을 효과적으로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전북도민일보 2019년도 제4기 CVO 비전창조 아카데미 제20주차 강의가 24일 전북도민일보 6층 대회의실에서 정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 초빙교수겸 정철카피 대표의 ‘누구나 카피라이터’라는 주제로 열렸다.

 정철 대표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의를 열어나갔다.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써’였다. 무조건 많이 써야 하며, 계속 쓰다 보면 글이 ‘양’이 되고, 어느 순간에 ‘양’이 ‘질’로 바뀐다는 의미다.

 ‘질’로 바뀌면 글에 힘이 실리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

 ‘글을 쓴다’는 의미에 대해 그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30㎝ 이동시켜 종이 위에 그대로 내려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 중에 생각이 뒤틀리고, 분실되기 때문에 글로 표현하기 어렵고, 힘든 것이다며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 글을 잘 쓸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을 씀에 있어 ‘다르게, 낯설게, 나답게’ 쓸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사람이야기를 종이에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통상적인 카피와 사람이야기가 있는 카피의 차이점을 소개했다.

 서울 매봉터널 근처에 살았던 정 대표는 어느 날 터널 근처에 고층 건물이 신축되고 있었다. 이에 주변 주민들은 ‘아파트 코앞에 초고층건물이 웬 말이냐, 시민의 삶을 짓밟는 건축주는 각성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후 정 대표는 주민들의 요구에 현수막 문구를 ‘아이들이 햇볕을 받고 자랄 수 있게 한 뼘만 비켜 지어주세요’라는 카피로 제공했다.

 이후 이 현수막의 문구가 이슈가 되었고, 공감을 일으켜 9시 뉴스에도 소개됐다. 결국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그 끌림은 울림이 됐다. 결국 이 고층건물은 ‘ㄴ’ 자로 설계를 바꿔 신축됐다. 아이들이 햇볕을 받을 수 있게 지어진 것이다.

 ‘짧은 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람의 성분은 물, 칼슘 등이 아닌 사랑, 긍정, 용기, 희망, 위로, 감사, 믿음, 겸손, 배려 등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성분들 가운데 하나를 끄집어 내 글로 표현했고, 그 글들은 아주 짧았다. 그리고 그러한 글들을 모아 책을 냈더니 잘 팔렸다. 잘 팔린 비결은 짧은 글과 역발상이었다”고 말했다.

  ‘인생’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친구가 있으세요? 그럼 됐습니다’라고 했고, 술 맛을 표현하는데 ‘술 맛의 10%는 술을 빚은 사람입니다. 나머지 90%는 마주 앉은 사람입니다’라고 답했다.

 용인지역의 아파트 분양 카피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통상적인 카피는 ‘서울보다 훨씬 저렴한 파격 분양가’였는데 그는 ‘용인에 집 사고, 남은 돈으로 아내 새 차를 뽑았다’로 했다. 사람이야기를 실어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이어 청년 비정규직 지하철 참사와 관련한 포스트-잇을 소개했다. 그 메모지에는 ‘열아홉살, 비정규직 노동자,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전어’ 이야기도 했다. 원래 전어는 인기 없는 생선으로, 가시 많고 기름기 자르르한 생선이다. 그런데 여기에 사람이야기를 입히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로 스토리텔링화 해 ‘국민생선’이 됐다고 했다.

 강의 도중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도 언급했다. 7년 가까이 카피를 했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촛불집회의 ‘이게 나라냐’에 대한 답으로 ‘나라를 나라답게’로 했고, 이어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만들기까지를 담담히 풀어냈다.

 글을 씀에 있어 ‘구체화’를 강조했다. 글을 쓸 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합시다’라는 추상적인 표현보다 ‘반 발짝만 앞으로 오세요’라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는 “똑같은 이야기인데 읽는 사람의 반응은 엄청나다. ‘깨끗이’라는 추상적인 것에는 반응이 약하지만, ‘반 발짝’이라는 구체적인 것에는 반응이 엄청나다. 10문장 중 1~2문장만이라도 그림이 그려진다면 전체 문장을 살린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잘생겼다’라는 것은 ‘장돈건 동생일거야’로, ‘예쁘다’는 ‘김태희 스무살 때’로, 꼼꼼하다’는 ‘손톱 열개 깍는데 20분을 투자한다’로 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

 ‘담배꽁초나 가래침을 바닥에 뱉지 마세요’라는 글귀에 ‘청소아주머니 관절이 너무 힘들어요’라는 문구를 덧붙여야 글이 산다고 그는 설명했다. 유기·놋그릇을 표현할 때도 ‘전통, 혼, 문화유산’보다는 ‘오늘은 황의정승과 겸상입니다’라는 구체화를 재차 강조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에 대해 부엌칼로 깍두기를 썰듯 짧게 끊어서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문장은 형용사와 부사가 어지럽게 위치하지 않으며, 명사로 중심을 잡고 써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두 여자 이야기’를 소개했다.

 정 대표는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구체화’와 ‘부엌칼’만 기억하고 종이 옮길 수 있다면 된다”며 “여러분들도 누구나 공감하는 사람이야기가 섞인 글을 써봤으면 한다”고 강의를 마쳤다.

 한편, 제21주차 강의는 10월 31일 중화산동 씨에나 와인뷔페에서 조원기 서울K-pop와인아카데미원장을 초청, 글로벌 와인 매너, 와인과 건강의 상관성을 주제로 진행된다.

 김장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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