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무적함대 (9)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무적함대 (9)
  • 김재춘 기자
  • 승인 2019.11.08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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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출동 옥포(玉浦)·합포(合浦)·적진포(迹珍浦)해전서 일함(日艦) 42척 격파

 4일 이른 아침, 기함(旗艦)에서 전군에 출진을 명령하는 대포가 터지고 오금(嗚金:꽹과리)소리가 여수 앞바다에 울려 퍼졌다. 하늘은 맑고 바다는 잔잔했다. 전라좌수영 이순신 함대 주력 대소 전투선 85척 수군병력 6천600여명의 제1차 출동이었다.

 넓은 바다에 나서자 기함을 중심으로 전투대형을 갖춘뒤 다도해 섬들과 숨바꼭질하듯 물길을 헤처가면서 일로 동쪽으로 향해해 나갔다.

 그날로 南海섬을 돌아 경상도 우수영 관할수역에 들어서 소비포(고성군 하일면 춘암리)앞바다에서 밤을 지샜다.

 5일 당포(唐浦)앞바다에 도착했으나 원균이 오지않아 경쾌선(輕快船)을 띄어 연락을 보내고 전진을 계속했다. 6일 아침 일찍 한산도(閑山島) 앞바다에서 원균과 만났다. 개전 초, 그 많은 전투선을 스스로 바다에 빠뜨려 버리고 겨우 판옥선 3척, 협선 2척에 수군 600여명만을 거느리고 있었다.

 이날 밤은 거제도(巨濟島) 동남단 송말포(松末浦:동부만 감곡리 부근)에서 보냈다.

 7일 조·일 두나라 수군이 맞부딪치는 첫 해전의 날이 밝었다. 거제도 동쪽 가덕도(加德島)에 적전이 머물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아침 일찍 전군이 출항했다. 점심때쯤 옥포(거제군 이면 옥포리) 앞바다에 이르자 앞선 척후선에서 신기전(神機箭:불화살)이 화염 꼬리를 물고 하늘로 솟아 올랐다. 적 발견 신호였다.

 "명령없이 망동하지 말라. 정중하기를 태산 같이 하라(勿令妄動 靜重如山)"

 이순신의 군령이 전군을 압도했다.

 전열을 다듬어 포구안으로 일제히 공격해 들어갔다. 적선은 50여척, 선창에 정박시켜 놓고 포구마을에 들어가 분탕질을 치던 일본군이 황급히 배에 돌아와 맞섰으나 조선군 대포에 하나씩 깨져나가고 신기전에 맞아 불길에 휩싸였다.

 두시간여의 전투에 적선 26척이 깨지거나 불타고 나머지는 죽을힘을 다해 달아났다. 바다에 일본군의 시체와 깨진 적선 조각들이 널렸다.

 옥포해전(玉浦海戰)이었다.

 첫 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뒤 영등포(永登浦:거제군 장목면 구영리)에 집결, 그날 밤을 보내려 하고 있는데 하오 4시쯤 부근 해역을 정찰하던 척후선에서 적선 5ㅊ척을 발견했다는 급보가 들어왔다. 전군이 추격을ㄹ 시작하자 적선이 필사적으로 도주, 웅천(熊川)땅 합포(合浦:거창군 내서면 산호리) 깊숙이 들어가 배를 버리고 뭍에 올라 조총을 난사했다. 포구 안으로 들이닥쳐 대포와 불화살로 단숨에 5척 모두 불태워 버렸다.

 합포해전(合浦海戰)이었다.

 이날 밤을 창원땅 남포(구산면 남포리) 앞바다에서 보냈다. 이날 밤 전라도 도사 최철견(都事 崔鐵堅)이 선조가 한성을 버리고 북천길에 나섰다고 알려왔다. 승리에 도취되었던 전군이 통곡을 하며 복수를 다짐했다.

 8일 진해(鎭海)땅 고리양(古里梁)에 적선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어 아침 일찍 전군이 출항했다. 부근 해역을 수색하며 저도(猪都:창원군 구산면)를 지나고 적진포(迹珍浦:통영군 광도면 적덕동)에 이르러 적선 13척을 발견했다. 포구마을에서 노략질을 하던 일본군이 조선 수군의 대규모 선단을 보고 싸울 엄두도 못낸채 산으로 도망쳤다. 마음 놓고 쳐부셔댔다. 대선 9척, 중선 2척을 격파했고 2척만 살아 도망쳤다.

 조선수군 전라 경상 연합함대는 제1차 출동 5월7,8일 이틀간의 옥포 합포 적진포 세차례 해전에서 일본군 전투선 42척을 격파하는 연승을 거두고 원균은 고성으로, 이순신은 여수로 각각 개선했다. 조선수군의 전함은 손실 없었다.

 1차 출동때의 일본군은 도도다까도라, 와끼사까야수하루, 구기 요시다까, 가또요시아끼 휘하 수군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재숙(梁在淑) 본사 수석논설위원 
  옮긴이 김재춘(金在春)
 1992년 4월1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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