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불균형 해소 ‘골든타임’ 놓치면 안돼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불균형 해소 ‘골든타임’ 놓치면 안돼
  • 김광수
  • 승인 2019.10.23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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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아워(골든타임)! 즉, 1시간 내 적정한 치료를 받으면 죽음의 문턱을 넘으려는 사람들을 막을 수가 있는데 그게 지금 안 되고 있습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중증외상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골든아워’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응급의료현실을 꼬집었다.

 ‘골든아워’를 지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환자의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진다. 따라서 얼마나 신속하게 이송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하느냐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체 시군구 252곳의 중증외상 발병 후 응급실 도착시간을 확인한 결과, 절반 가까운 118곳이 중증외상 ‘골든아워’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광역시에 속해있는 시군구 119곳 중 중증외상 골든아워를 준수한 시군구는 95곳에 달했지만, 지방의 133곳 중 골든아워를 준수한 시군구는 39곳에 불과해 수도권·광역시와 지방 간 응급의료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의 경우, 중증외상 발생 후 응급실 도착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골든아워 내에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부산·대구·대전·울산 등 수도권·광역시가 골든아워를 준수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북 시군구별로 보면, 전주시 완산구의 중증외상 발생 후 응급실까지의 도착시간은 46분으로 가장 짧은 반면, 부안군은 중증외상 발생 후 응급실 도착까지 2시간 44분이 걸려 두 지역의 차이는 무려 3.3배에 달했다. 수도권·광역시와 지방 간 차이는 물론 시군구별 편차도 큰 것으로 나타나 지방의 열악한 응급의료체계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수도권·광역시와 지방 간 의료 불균형 문제는 비단 중증외상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다. 골든아워가 2시간으로 알려진 급성심근경색의 경우 역시 수도권·광역시 119곳의 시군구 중 65곳이 급성심근경색 발병 후 골든아워 내에 응급실에 도착했다.

 반면, 지방 133곳의 시군구 중에서는 단 26곳만이 골든아워를 준수했고, 이 중 전북은 급성심근경색 발병 후 응급실까지의 도착시간이 3시간 14분으로, 세종을 제외한 전체 시도 가운데 전남(3시간 36분)에 이어 두 번째로 늦은 도착시간을 기록했다.

 전북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교통사고 발생 대비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2017년 기준 교통사고 발생 대비 사망률은 3.96%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1.93%보다 2배 이상 높고, 0.89%를 기록한 서울보다는 4배 이상 높은 수치로 의료 전반에 걸친 지역별 불균형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병원의 간호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간호등급 가산제’마저도 수도권·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방·중소병원은 고사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고, 중증외상을 비롯한 응급 상황은 성별과 나이, 지역을 따지지 않는다. 이에 응급상황 발생 시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균등한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다.

 무엇보다 수도권·대도시와 지방 간 심각한 의료 불균형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 전반을 붕괴시키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골든아워를 놓치면 환자의 생존율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로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수도권·대도시와 지방 간 의료 불균형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건강한 발전과 지속가능성은 위협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지방의 의료서비스 확충은 필수과제이다. 지역적 차이를 이유로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환자가 억울한 피해를 입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골든아워(골든타임)’를 놓쳐선 안 될 것이다.

 김광수<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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