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별곡] 청출어람이 된 구절초공원
[식물별곡] 청출어람이 된 구절초공원
  • 소재현
  • 승인 2019.10.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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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이 된 구절초공원

 봄철은 꽃이 많아 고민하지 않아도 수목원 여기저기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제각기 얼굴알리기에 바쁘지만, 가을은 다양한 꽃을 보기 어려웠다. 물론 들국화로 알려진 산국이며 쑥부쟁이와 구절초 등이 있지만 개체수가 많지 않아 주목받지는 못했다.

전주수목원은 1995년 우리 산야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보존하고자 조경식물화 하는 연구를 수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생산된 구절초를 수목원 내 계류원과 대나무 숲 길목 등 곳곳에 심어 생육시키는데 성공하였고 가을에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이 소식을 듣고 2000년대 초반 정읍 옥정호에 구절초 공원을 조성하고자 기획했던 정읍시 관계자들의 전주 수목원 방문이 이어졌고 씨앗의 채종과 파종방법이며 재배방법 등을 소상히 전해 주었던 것이 현재 옥정호 구절초 축제의 효시(嚆矢)가 되었다.

요즘 뜨고 있는 옥정호의 구절초공원은 전주수목원 구절초 연구물의 청출어람(靑出 於藍)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해졌으니, 참으로 대견한 일이다.

구절초는 오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 구월 구일(음력)이 되면 아홉(九)마디가 된다 하여 구절초(九節草), 어떤 이는 구월에 자른다하여 구절초(九折草)라 하고, 부인병에 좋다는 의미와 흰 꽃잎이 신선보다 더 돋보인다는 뜻으로 선모초(仙母草)라 부른다.

예로부터 딸을 가진 부모들이 산에 자란 구절초를 구월에 잘라서 처마 밑에 엮어말려 두었다가 식혜로 만들어 먹었는데, 손발이 차거나 몸에 냉기가 있고, 월경 장애에 효과가 있어서라고 한다.

구절초 씨앗을 11월 하순쯤 채종하여 잘 말려 두었다가 이듬해 봄(4월초)에 뿌리면 쉽게 싹이 돋는데, 오월 중순경에 적당한 장소로 옮겨심기를 하면 가을에 아름다운 구절초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꽃이 많을때 꽃을 솎아 따서 말리거나 냉동실에 넣어 꽃차로 마시면 입 안 가득 가을의 향기를 느낄 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구절초를 한 장소에서 계속 기르게 되면 3년 후에는 양분이 소진되어 고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겨 심거나 퇴비를 충분히 줘야 지속적인 아름다움을 감상 할 수 있다.

구절초를 심을 공간이 있는 분들은 시중에 구절초에 관한 많은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구입하거나 꽃이 진 후 씨앗을 채취해 잘 말려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하면 된다.

한때 가을의 꽃 코스모스를 대신할 만한 야생화라는 평과 함께 산에 있던 구절초를 우리 생활 주변에 옮겨 심으면서 우리산야에서 구절초가 점차 사라졌고, 지금도 인적이 뜸한 산에 가야 몇 포기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생지에서는 귀해졌다.

앎이 우리의 무지를 깨워 주는 것이 좋긴 하지만, 자세하게 알지 못하면 자연의 한 구석 한 구석에서부터 서서히 흠집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피해가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사례를 많이 봐왔지만, 또 다시 망각하고 같은 우(愚)를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전주수목원에서 자연에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작은 성과로도 자연의 상처를 치료 할 수 있었고 여러 분야에 파급된 효과가 참으로 놀라웠음을 큰 기쁨으로 삼고 있다.

 

<글, 사진//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 소재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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