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확충과 과제
공공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확충과 과제
  • 최낙관
  • 승인 2019.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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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는 의료보장성 확대를 넘어 의료공공성 구축을 국정과제의 한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확대와 질 향상은 포기할 수 없는 국가의 책무이자 발전과제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건강권법)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건강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실현할 의무를 규정함과 동시에 그들의 기능과 건강 회복을 위한 적정한 진료 및 재활의료 제공을 적시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의 건강권과 의료접근성이 보편적 권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은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상황에서 최근 전라북도에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가 건립된다는 정부 발표는 분명히 장애아동 재활치료에 지친 부모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전라북도가 총사업비 72억 원을 투입해 2021년까지 장애아동들이 지역 내에서 집중재활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낮병동 21병상 규모의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를 건립하고 예수병원에 운영을 맡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의미 있는 변화가 구체화하고 있음에도 시민사회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접적인 당사자인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전북부모회 ‘한걸음’은 병원이 아닌 센터로는 장애아동의 통합적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적으로 재활치료병원과 달리 재활치료센터는 전문의, 간호사 및 치료사 등 전문인력의 충원과 필수 치료시설 구축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장애아동 재활치료의 완성도를 위해 재활병원으로 격상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반대를 위한 주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9세 미만 재활치료를 경험한 전북권 장애상병환자가 2014년 기준 1만 585명이지만 이 중 치료환자 753명에 불과한 우리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장애아동 부모들의 절박한 요구에 그만 고개가 끄덕여진다.

 더 큰 문제는 센터 설립 이후에 과연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그간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어린이재활치료를 수행했던 병원들은 낮은 건강보험 수가로 인해 민간과 공공을 막론하고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장기치료를 하면 할수록 수가를 더 적게 보전받는 입원체감제를 적용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대기 환자들 때문에 대부분 재활병원은 급성기 중심의 치료 후 퇴원을 종용하는 아픈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비극적 상황 속에서 결국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은 자신들을 받아 줄 또 다른 병원을 찾아 헤매는 소위 ‘재활 난민’을 스스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돈이 안 되는’ 비현실적인 보험수가와 함께 치료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은 결과적으로 왜 의료공공성 강화가 중요한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역시 해법은 재활의료기관 확충과 운영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다. 이것이 바로 품격있는 국가의 책무일 것이다.

 전주시에 자리 잡게 될 공공어린이 재활센터는 분명 전북권역 재활치료를 책임지는 거점 의료기관이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하고 안정적 운영을 가능케 하는 운영비 지원과 같은 중앙정부 재정계획이 미정인 만큼, 이는 향후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자 몫이다. 아울러 최일선 현장에서는 건강보험 수가의 현실화와 함께 ‘소아 가산제’의 도입이 어린이 재활치료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정으로 장애아동들을 위한 성숙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치료와 재활 그리고 교육을 ‘돈의 논리’가 아닌 ‘인권 존중’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접근해 나가야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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