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진실된 뒷모습, 그 아름다움…‘백년의 조각들’
[리뷰]진실된 뒷모습, 그 아름다움…‘백년의 조각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10.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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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상주단체 우수 레퍼토리’로 선정된 강명선 현대무용단의 ‘백년의 조각들-치명자의 몽마르뜨’가 18일과 19일 전주한벽문화관에서 선보여졌다. <사진제공: 김종선 사진작가>

 강명선 총예술감독의 작품에서는 무용수들의 뒷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앞모습의 표정과 몸짓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감정과 아름다움, 그리고 자유로움이 뒷모습에서 발현되고 있음을 그의 작품을 통해 느껴오곤 했었다.

 이번 작품 ‘백년의 조각들-치명자의 몽마르뜨’에서도 앞모습에는 담아낼 수 없었던 특별한 감동과 마주할 수 있었다. 뒷모습은 감출 수도, 꾸밀 수도 없다. 뒷모습은 진실된 무엇이기 때문이다. 무용수들의 아련한 뒷모습은 그리움이 되고, 지난 것들의 아름다움이 되어 고귀하게 빛났다.

 강명선 현대무용단이 선보인 이번 현대무용 창작작품은 ‘2019 상주단체 우수 레퍼토리’로 선정된 작품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였던 작품을 보완·수정해 두 번째 무대를 만들었다.

 19일 오후 6시 전주한벽문화관 공연장에 들어서기에 앞서 저 멀리 치명자산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치명자산 자락의 바로 아래 위치한 공연장에서 만나는 순교자들의 숭고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설렘, 그 자체였다.

 작품은 전작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조금은 낯선 현대무용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고자 애니메이션과 나레이션 등 많은 것들을 무대 속에 풀어냈던 지난 작품과 달리 올해 작품에서는 욕심을 비운듯 보다 깔끔해진 구성이 돋보였다.

 그렇다보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확실하게 드러났다. 바로, 절대적인 하나의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절제한 동정녀 부부의 거룩한 사랑에 대한 메시지다.

 이 같은 주제는 사랑과 믿음의 가벼움의 가벼움에서 서로간의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자극적인 현대인의 사랑, 그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향기로운 시간을 선물한 것이다.

작품은 여섯 개의 이미지들로 표현한 여러개의 장으로 구성되면서 주제에 한 걸음씩 다가갔다. 자욱한 안개 속 떨어지는 영혼의 모습을 표현한 ‘눈물꽃’, 어둠속에서 아득하기만한 ‘가파른 돌산’으로 표현된 나의 생애, 많은 유혹 속에서도 꽃피는 사랑의 이미지까지…. 이미지와 이미지로 연결된 장은 한 편의 액자 속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치명자산과 순교자라는 서사가 있는 작품을 풀어내는 방식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공연 중간 자막 등을 활용하며 객석의 이해를 구하기도 했지만, 이 같은 사실적인 방식보다는 더욱 낯설게 현대무용의 진가를 보여주는 것은 어떠했을까?

사실, 지역의 소재를 캐내고, 그 원석을 다듬어 반짝반짝 빛나는 무대로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고된 시간을 보냈을지 객석에서는 알 길이 없다. 척박한 지역의 현실 속에서 순수예술가로서 살아남는 일은 더욱 그럴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 흩어진 역사의 공간들을 조각조각 모아 용기있게 창작품을 선보인 강명선 현대무용단의 뜻깊은 도전이 고마운 이유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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