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벽골제’로 미술문화 나들이
깊어가는 가을, ‘벽골제’로 미술문화 나들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10.21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금빛 지평선으로 물든 김제시는 문화나들이를 떠나기에 좋은 고장이다.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과 벽천미술관에서는 농경문화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는 물론, 근현대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은 내년 7월 31일까지 ‘쌀, 아시아 문명기반’ 기획전시회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아세안센터, 아시아문화원과의 협력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으며, 국내외 유물 60여 점과 아카이빙 자료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벼농사는 중국에서 전래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전세계 110여 개국에서 재배되는 쌀의 총 생산량 90%가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고 소비된다. 쌀의 생산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수리시설 축조기술이 발달하게 되었으며,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한 노동구조는(씨뿌리기ㆍ모내기ㆍ풀뽑기ㆍ수확하기 등) 공동체 문화를 만들었다.

 전시는 벼농사의 특징을 공동체 문화에서 찾고, 아시아의 농경문화를 살펴보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전시는 크게 ▲아시아의 도작의례 ▲풍요의 땅, 김제 ▲회화 속 농경문화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벼-쌀-밥’ 이야기로 나뉜다.

 제1부 ‘아시아의 도작의례’에서는 인도ㆍ베트남ㆍ미얀마ㆍ네팔 등 아시아 곳곳에서 열리는 풍작과 번영을 기원하는 추수감사제 형식의 축제를 통해 아시아 도작문화의 전통을 살펴본다.

 다음으로 ‘경직도(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대곡사명 감로왕도(원광대학교 박물관 소장)’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풍속을 들여다본다.

 전통사회에 있어 농경은 인간 생활의 주요 노동 행위이자 국가통치의 기본적인 토대였으며, 회화 속에 등장하는 ‘농경’의 다양한 모티프는 왕실과 사대부들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요시했던 소재였다.

 마지막으로 조각가 엄혁용, 강용면은 주식(主食)인 ‘밥’을 현대적 언어로 표현한 설치작품을 전시한다.

 벽천미술관은 나상목(1924-2001) 화백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김제 유일의 미술관이다.

 최근에는 나상목 화백의 화풍을 재조명하고 미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전라북도 인증 제1종 공립미술관으로 등록해 주목된다.

 이와 함께 나상목 화백이 기증한 소장품 가운데 스케치 작품 30여 점을 선보이는 기획전시회 ‘선으로 그린 풍경’을 12월 31일까지 진행한다.

 김제 출생의 벽천 나상목 화백은 한국화단을 이끄는 실경산수화의 대가이다. 그는 철저한 자연성에 입각한 전통 화법을 연구하였으며, 기존의 산수화풍에서 벗어나 자연을 주관적으로 재해석하며 호남화단 특유의 습윤(濕潤)한 기풍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는 나상목 화백의 스케치 작업을 통해 작가의 삶을 재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 화백은 김제의 산수뿐만 아니라 외국의 풍경까지 탐구하며 독자적인 조형 어법을 구축하였다. 그의 모든 작품은 스케치를 바탕으로 완성되었는데, 늘어진 소나무, 돌과 바위의 삼면법, 산과 물 등을 현장감 있게 표현하는 것은 사색과 사유를 바탕으로 스케치 작업에 매진한 결과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사유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스케치 작업의 결과물을 통해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나상목 화백의 한국 근현대 미술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다.

 신형순 벽골제아리랑사업소 소장은 “추수를 끝낸 가을 들판의 호젓함과 함께 우리 지역 박물관·미술관에서 준비한 풍성한 기획전시회를 즐기며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벽골제에서 진행하는 전시·교육·체험프로그램에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