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지적발달장애 환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중증 지적발달장애 환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 김형준
  • 승인 2019.10.21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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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 환자로 지능지수가 35 이하이며 ‘응’, ‘아니’정도의 짧은 단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1급 지적 발달장애환자가 있었다. 낮은 지적기능으로 대소변관리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고 통제가 안 되는 행동문제는 꾸준히 있었지만 소아시절에는 비교적 행동증상을 가족들이 감당할 수 있어 집과 특수학교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2차 성징으로 신체적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체격도 커지면서 행동 범위도 넓어지자 가족들만의 힘으로는 문제 행동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정신과 전문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병동 내에서도 이유 없이 타 환자의 목과 귀를 물어뜯는 행동이 나타나더니 급기야는 다른 환자의 귀를 물어뜯어 완전히 한쪽 귀를 절단시키는 대형 사고를 일으키게 되었다. 이런 문제가 수차례 반복되자 결국 정신과 전문 병동에서도 다른 일반 환자들과 생활을 할 수 없어 상급종합병원이나 국립병원으로 전원을 권유하였지만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병원에서조차 중증 지적장애 환자를 치료할 시설을 따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며 입원을 거부하였다고 한다. 결국 갈 곳을 찾지 못한 보호자는 차라리 환자의 치아를 모두 뽑아 달라고 치과에 요청하였으나 황당한 요구를 치과에서도 거절하면서 발만 동동거리던 안타까운 사연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었다.

 중증 혹은 최중증 지적 발달장애인은 흔히 지능지수 35이하이면서 가정, 학교,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적응 문제를 동반한 경우를 말하는 데 언어나 의사소통이 어렵고, 운동능력도 부족하고, 감정조절도 힘들고, 사회적응에도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 일상생활에서 많은 제약을 하게 된다. 이들을 위한 복지관이나 보호시설, 특수학교, 재가서비스 등 다양한 종합적인 복지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이 자해 및 타해행동 그리고 대소변관리같은 기초적인 일상생활 기능이 안 되는 경우, 사실상 거부나 기피 사유가 되어 서비스 대상으로 판정을 받고도 각종 시설이나 보조인으로부터 거부되어 서비스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이유로 많은 지적장애 환자가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되고 있지만 외래에서는 단순히 약물치료를 통해 환자를 진정시키는 정도의 접근만 이루어지고 있고, 정신과 전문병동을 통한 입원치료 역시 앞서 예처럼 중증 지적 발달장애 환자 특유의 행동증상과 신체적 장애 등으로 인해 조현병, 알콜중독 등의 환자들과 함께 안정적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정신과 전문병원, 심지어는 국립 정신병원에서조차 이들을 위한 특수 병동이나 시설이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현재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지적장애와 자폐장애를 합하여 약 21만 명 정도이고 경증을 제외한 1급 2급 발달장애인이 약 13만 명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중 최소 15~20%인 2만 명 이상이 정신의학적인 치료 혹은 전문병동의 입원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과 영역에서도 이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입원시설은 실질적으로 전무한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행동문제가 심각한 중증 지적 발달장애인들은 가족들의 고통스러운 희생으로 간신히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운이 좋은 경우 소수가 시설이나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 또한 격리 수준으로 지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특수한 증상과 건강상태를 즉시 파악하여 처치를 바로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시설을 갖춘 병원 혹은 독립된 특수병동이 필요하다. 다인실과 같은 불필요한 자극이 많은 환경보다는 1~2인실의 개별화된 환경이 필수적이며 다양한 안전시설 역시 중요하다. 한편 전문의와 간호사 같은 의료진뿐만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그리고 일상생활을 보조할 요양보호사(간병사) 등 다학제적 전문가와 인력의 참여가 사실상 중증 지적장애인 치료의 성패와 직결된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므로 중증 지적장애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1~2실 같은 개별 병실, 간병서비스, 환자안전관리료 등과 같은 특수한 치료적 요소에 대한 수가의 급여화가 시급한 문제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규격화되고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제도에서는 이러한 중증 지적장애 환자 치료의 특수성을 반영한 수가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이 점이 많은 정신의료기관에서 중증 지적 발달장애 환자의 치료를 기피하는 이유이다.

  현 정부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국가책임제 정책이 만들어지고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경증의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응이나 직업재활과 같은 프로그램은 잘 만들어진 반면, 갈 곳을 못 찾고 가족들과 함께 격리수준의 삶을 살아가는 중증 지적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책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중증 지적 발달장애인을 위한 의학과 복지와 심리치료 등 복합적인 프로그램과 개별화된 의료 및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충분히 보조 인력이 제공되는 전문병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김형준<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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