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지속
변화와 지속
  • 김동수
  • 승인 2019.10.21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변(變)하라,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미래의 희망을 위해서도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변하라고 한다. 『주역(周易)』에서도 ‘궁하면 변하고(窮卽變), 변하면 통하며(變卽通), 통하면 지속된다(通卽久)’고 한다. 그러니까 궁하면 통하게 되고, 통하면 오래가게 되나니’, ‘날마다 새롭게 하는 것이 큰 덕(日新之謂盛德)이라 했다.

 공자도 ‘군자의 학문은 반드시 날마다 새로워야 한다.(君子之學 必日新) 날마다 새로워지지 아니하는 사람은 반드시 날마다 퇴보하게 될(不日新者 必日退) 것’이라며,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마다 새롭게 변하라고 권한다.

 인류의 역사도 그렇고, 자연계를 보아도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는 종(種)들은 도태되고, 변화를 받아들인 종(種)들은 살아남게 되었다. 지구상에 있던 모든 종(種)의 99%가 멸종되고 그 중 1%만이 살아남게 되었다고 한다. 먹을 것이 없게 되자 육지에서 그대로 멸종하고만 공룡과, 새로운 먹이를 찾아 바다에 들어가 살아남게 된 고래의 경우도 그것이다.

 변화는 새로운 도전이고, 이 도전에는 항상 순탄치 않은 곤란이 뒤따른다. 그래도 변하지 않으면 지속하지 못하기에 그 어떤 수고로움이 뒤따른다 하더라도 생존을 위해 변화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생물학적 진화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커피 원액(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섞어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스팀 밀크를 넣어 카페라테를 만들고, 우유 거품을 넣어 카푸치노를 만들어 매상을 올리는 마케팅 전략도 새로운 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하여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해온 문화적 진화의 결과물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냥 무턱대고 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끊임없이 미디어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소비자는 항상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미디어는 어디까지나 콘텐츠를 보급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기에 사업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그것을 담고자 하는 내용(콘텐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미디어 그 자체, 곧 도구가 중심이 되어서는 오래가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속하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어야 함을 미국 미디어 업계의 황제 섬너 레드스톤도 연설한 바 있다. ‘변화 속에서도 지켜야 할 불변의 가치’(The only constant is change. But even in change, there are constants.)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바뀌고, 케이블의 고객이 인터넷으로 옮겨갔다 하더라도, 그것들은 하나의 콘텐츠 보급 시장의 확대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모습(매체)은 변해도 근본(콘텐츠)이 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섬너 레드스톤 회장이 몇 년 전 서울 디지털 포럼에 와서 강조한 ‘변화(change) 속의 지속성(constants)’이다.

 변해야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에 본질(내용)을 놓치고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부화뇌동한 변신은 오래가지 않는다. ‘변화와 지속’, 이는 얼핏 보아 상반된 의미인 듯하지만, 이들은 상호보완 관계로 엮어져 있다. 그러고 보면 ‘변화가 지속이고, 지속이 곧 변화’인 셈이다. 불경의 ‘번뇌가 곧 보리’이고, ‘하나님의 영광은 고통 속에 숨어 있다’는 성경의 말씀과도 같은 맥락이다.

 자고 나면 다른 세상이다. 날마다 달라져 가는 변화의 혼란 속에서 무엇으로 줏대를 삼아 생(生)을 이어갈 것인가?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 중심,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르는 곳마다 삶의 주인이 되어 상황과 처지에 끌려다니지 않는 주체적 인간으로 평상심(平常心)을 이어갈 수 있게 되리라. 그리하여 인간의 순리와 도리 그리고 근본에서 벗어나지 않는 처신으로 변화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수처작주(隨處作主).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지 않을까 한다.

 김동수<시인/전라정신문화연구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