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주권의 인식이 필요하다
데이터 주권의 인식이 필요하다
  • 김동근
  • 승인 2019.10.20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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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손쉽게 수집, 가공, 분석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준다. 석유가 성장의 기반이었듯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미래 산업의 원유는 데이터다. 그래서 데이터를 ‘21세기의 원유’라고 부른다.

 2015년 우리나라에 발병했던 메르스 확산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빅데이터였다. 해외 로밍 데이터를 분석해 중동지역을 경유해 한국에 입국한 사람들의 휴대폰 통화기록을 찾아내 확진 환자들의 이동경로를 분석하였고 이들과 접속한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 격리함으로써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미국의 월마트는 고객들의 구매정보가 담긴 개인별 영수증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았는데, 기저귀 구매자는 맥주를 동시에 구매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저귀 심부름을 나온 아빠들이 기저귀와 더불어 맥주를 구매하기 때문에 발생한 경향이었는데, 이 데이터를 토대로 월마트는 기저귀 근처에 맥주를 함께 진열하여 고객의 편의성과 더불어 매출까지 증대시켰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시장 상위 5개 기업은 데이터 기업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페이스북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미국, EU, 중국, 일본 등은 데이터 경제전략을 세워 데이터 패권 경쟁 중에 있다.

 데이터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데이터 경제의 민주화와 함께 국가·개인의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 주권은 신체나 개인의 재산처럼 개인에게 정보 권리를 부여해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각국은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EU는 일반데이터보호규칙(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GDPR)을 2018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EU의 GDPR는 기존 데이터보호지침에 비해 정보주체인 개인의 데이터 권리를 강화해 잊혀질 권리와 데이터 이동권 등을 신설하였고, EU 시민의 데이터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허용조건과 절차 등을 재정비하였다.

 미국은 소비자 프라이버시 권리장전 등을 통해 개인의 데이터 주권을 소비자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프라이버시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2018년 6월 소비자프라이버시법(Consumer Privacy Act of 2018:CCPA)을 제정하였고, 2020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의 CCPA는 개인정보와 관련하여 소비자에게 알권리, 접근권, 삭제권, 거부권, 서비스평등권리 등 5가지 종류의 데이터프라이버시권리를 규정하여 정보주체인 개인의 권리를 확대하여 보장하고 있다.

 일본도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여 2017년부터 시행중이다. 일본은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익명가공정보 개념을 도입해 데이터 유통 시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정보거래 중개기업이 정보주체의 위임을 받아 타당성을 평가한 후 데이터를 제공하는 새로운 데이터 유통 모델을 제시하면서 정보주체인 개인 중심의 데이터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정보주체인 개인의 데이터 권리보다 국가의 데이터 권리를 더 앞세우고 있다. 2017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네트워크보안법은 중국에서 생성된 데이터의 중국 내 저장을 강제하고 정부가 요구하는 기술적 협조를 기업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어 정부의 요구가 있을 경우 기업은 데이터 암호해독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자국 내의 인터넷을 통제를 강화하고 자국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데이터 주권에 대한 논의를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다. 그러다 국내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고 세계 데이터 주권 확보 경쟁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우리나라 데이터 활용도는 세계 31위이고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도는 7%의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무분별하게 반출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디지털 서비스에 저장하고 있지만 데이터 주권이 소비자에게 없다 보니 이용자가 각종 서비스에 남은 자신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요청하는 것이 쉽지 않고 업체가 폐업하면서 데이터를 삭제해도 이를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최근 싸이월드의 접속이 어렵고 불안정해지면서 이용자의 데이터 주권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자국의 데이터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은 데이터 자기결정권을 확대하기 위해 데이터 주권을 인식해야 한다. 국가는 이용자의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의 정비를 신속하게 추진해야 하며, 기업은 더 나은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해서 국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데이터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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