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별곡] 마씨 가문인 듯한 ‘마가목’의 수난사
[식물별곡] 마씨 가문인 듯한 ‘마가목’의 수난사
  • 소재현
  • 승인 2019.10.16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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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씨 가문인 듯한 ‘마가목’의 수난사>

산이 꽤나 높다는 곳이나 동해의 어느 섬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마가목(馬家木)’이라는 식물은 마씨 가문의 나무인 것처럼 보이나, 실은 한자이름인 ‘마아목(馬牙木)’이 변하여 마가목이라 한 것이다.

‘마아목’이란 한자이름은 이른 봄철 마가목의 가지에서 싹이 돋는 모습이 건강한 말의 이빨처럼 힘차게 솟아오른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서울 올림픽이 한창이던 때에 덕유산 모처에서 환상적인 마가목 열매를 보고 반하여 채집한 씨앗으로 생산한 묘목을 전주수목원 가장 중앙에 심어 잘 가꾸고 있다.

자생지처럼 열매는 많이 맺지는 않으나, 드문드문 열린 열매로 여러 후손을 남기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더불어 자라는 식물에서 먹을 것을 얻고 병이 나면 대대로 내려온 민간요법에 따라 적당한 식물을 찾아 치료를 하면서도 어려움이 없이 잘 살아왔다. 또한 마음의 위안이 필요하면 요산요수(樂山樂水) 하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현대는 먹을 것도 풍성하고, 식물도 구체적인 약성과 처방이 공개되어 의원만 알던 지식이 일반화되고 있고, 위생 및 보건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수명은 크게 연장되었다.

이에 따라서 산과 들에서 약이 될 성 싶은 식물들은 필요 이상으로 죄다 징발되어 어떤 식물들은 멸종을 예감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마가목 줄기의 속껍질을 정공피(丁公皮)라하여 강장, 신체허약, 허리의 통증을 다스리고, 백발을 검게 하는데에 효과가 있단다.

마가목의 열매는 마가자(馬家子)라고 하여 중풍, 기관지염, 폐결핵, 위염 등을 다스리는 것으로 되어있고, 이외에도 잔가지나 열매를 차나 술로 만들어 마셔도 은은한 향과 맛이 일품일 정도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식물로 평가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약재 채취꾼들이 명산에 자라는 마가목 열매를 감시가 소홀한 새벽시간대에 나무 밑동까지 잘라 채취하고 있다는 비보가 들려온다. 몸에 좋다는 식물들 뿐 아니라 눈요깃감이 될 수 있는 식물도 수난을 당하기에 이르렀고, 식생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어 협력하여 바로 잡지 않으면 멸종을 고하는 식물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 날 것이다.

지나친 건강과 풍요만을 찾다보면 그 어딘가에서는 더 불편함과 빈곤함을 앓는 곳이 반드시 나타난다.

단풍이 점점 깊이를 더해가는 10월, 산행길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식물들을 좋은 느낌으로만 간직하되 필요이상으로 관심을 갖는 분들이 있다면 후손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설득하여 지킬 일이다.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 소재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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