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직장내 괴롭힘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 윤진식
  • 승인 2019.10.13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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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항공사 임원의 땅콩회항사건과 모 대형 병원의 선정적 장기자랑 등 수직적 관계에서의 이른바 ‘갑질’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할 즈음, 올해 1월 20대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 중 하나인 ‘태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태움’은 주로 병원에서 선배들이 신규 간호사를 가르치거나 길들이는 방식 중 하나로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이라고 한다. ‘갑질’이 이제 수평적이어야 할 동료관계에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직장내괴롭힘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고, 올해 7월 16일부터 근로기준법상의 ‘직장내괴롭힘금지규정’과 ‘직장내괴롭힘’, 고객 폭언 등으로 인해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도 효력이 발생하게 되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의 ‘직장내괴롭힘’의 정의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사용자든 근로자든 이러한 ‘직장내괴롭힘’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 규정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상시적으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는 ‘직장내괴롭힘’의 예방과 발생 시의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반영하여 이를 고용노동부장관에 신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용자는 ‘직장내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받거나 인지하면 지체 없이 조사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되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답변이 전체 73.3%에 달하며, 가해자 유형으로는 상급자가 42%, 동료직원 15.7%, 고객 10.1% 등이었고,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이 61.4%로 정규직 41.9%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법 시행 이후인 7월16일~8월14일 고용노동부가 접수한 괴롭힘 진정사건은 379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유형별 순서로는 부당지시와 따돌림·차별, 폭행·폭언, 모욕·명예훼손, 강요 등의 순이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괴롭힘방지법’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즉 사용자에게 괴롭힘 사건의 조사 과정,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그리고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 등을 모두 맡겨놓았지만 사용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해자는 사용자의 징계조치 이외에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으며, 심지어 사용자가 징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어떤 제재도 받지 않을 수 있고, 또한 신고접수의 주체와 조사를 실시하는 주체가 모두 사용자이기에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해자 처벌조항이 없다는 것 외에도 5인 미만 사업장과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 적용의 한계, 사용자의 괴롭힘을 사용자에게 신고해야 하는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이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관행적으로 해왔던 폭언, 모욕, 따돌림, 강요, 부당지시와 같은 괴롭힘 행위를 규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노동관계법령상의 위반을 입증하지 않더라도 ‘직장내괴롭힘’ 행위 자체만으로 법 위반 행위의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불법행위로서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근로자 보호에 실효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본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 공황장애 등 정신적 고통을 받은 노동자가 산업재해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의미가 크다.

 이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 구성원들이 노사협의회 등 자치기구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금지되는 ‘직장내괴롭힘’ 행위 유형에 대하여 공론화 과정을 거쳐 확정하고, 이의 자율적, 능동적인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사용자는 직장에서 괴롭힘을 가한 가해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에 노력을 다하여야 하고, 직접적 피해가 발생한 노동자에겐 적절한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근대적인 노동환경 구조 개선을 위한 국민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하여 지속적인 노동인권교육과 정책적 노력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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