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 찾아 가볼까요?
박을 찾아 가볼까요?
  • 이길남
  • 승인 2019.10.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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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와 놀부 이야기 알아보기

  가을이 깊어가는지 날이 서늘하다. 찬바람에 옷깃을 자꾸 여미게 되고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싶어졌다. 들판은 어느새 이른 추수를 마친 논자리가 휑하고 은행나무는 은행알들을 몽땅 쏟아냈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을 흥얼거리며 가을들녁을 지나가는 맛도 좋고 둥실 놓인 호박덩이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릴 때 부르던 동요가 생각난다. 「고향 고향 내 고향/ 박꽃 피는 내 고향/ 담 밑에 석류익는/ 아름다운 내 고향」 지금 찾아보니 이원수 작사에 정세문 작곡, 제목은 ‘고향’이다. 어린 시절 그 때는 내가 고향을 떠나보지도 않았던 때인데 어딘지 모를 서글픈 곡조가 좋아 많이 흥얼거렸었다. 호박꽃은 노랗고 꽃송이가 크지만 박꽃은 하얗고 자그마하다. 흥부네 초가지붕 위에 둥그렇게 열렸을 박은 얼마나 보기가 좋았을까.

  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누군가가 지어냈을 옛이야기가 분명하지만 꼭 우리네 조상들의 실제 있었던 이야기처럼 친숙하게 다가온다. 사실 주변에 흥부같은 사람이 있고 가끔 보면 꼭 놀부같은 사람이 있기에 이 이야기가 실감나는지도 모른다.

  욕심꾸러기 형 놀부에게 쫓겨나 가난하게 살아가지만 심성이 착한 흥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구렁이에 놀라 땅에 떨어진 제비새끼를 보고 부러진 다리를 정성껏 치료를 해서 낫게 해주었고 강남으로 떠났던 제비가 봄에 다시 돌아와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다. 박이 자라서 박을 타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데 이 부분은 판소리 ‘박타령’으로 불려져 더욱 흥이 난다. 흥부네 박 속에서는 온갖 보물이 솟아나와 부자가 되었고 이 소식을 들은 놀부가 배가 아파 찾아와 화초장을 둘러메고 가는 장면도 재미있다. 구렁이를 기다리다 못해 제비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낫게 해주는 척을 했던 놀부는 다음 해 봄에 찾아온 제비한테 역시 박씨를 받아 심었지만 그 박 속에서는 도깨비가 나와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참 재미나게 잘도 지어진 글이다.

  ‘흥보가 기가막혀’라는 노래를 부른 육각수라는 2인조 그룹이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아 한동안 인기몰이를 했었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뜻이 담겨있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 흥부전은 우리 나라 사람이면 누구라도 공감을 하기에 판소리로 노래로 재미있게 엮어져 불려지고 있다고 본다.

  노래뿐만이 아니라 남원에 가면 ‘흥부마을’이 있어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으니 잘 지어진 이야기 하나가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알 수 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책 읽어주기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이왕이면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충분히 알려주도록 하자. 어릴 때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등 외국 동화를 먼저 알게 된 아이들, 특히 여자 아이들은 자신을 공주님처럼 대접해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신라의 박혁거세는 박 속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아이와 함께 박이 어떻게 생겼는지 바가지는 또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 이번 가을에는 박을 찾아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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