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 물린 환자
개에 물린 환자
  • 최정호
  • 승인 2019.10.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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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 고양이 등등의 애완동물의 공격에 다쳐서 오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개나 고양이, 돼지 등등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동물들에게 공격당하여 응급실이나 외래를 방문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심한 경우에는 손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두발로 걷는 짐승들은 믿지 마라!”며 인간에 환멸을 느끼는 자들은 차라리 개를 키우는 것이 낫다고 한다. 그러다 개들도 <사랑>을 갈구하고 귀찮아 지면 물고기를 키운다고 한다. 그러나 물고기도 생존 조건을 만들어 주자면 먹이도 줘야하고, 물도 갈아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난(蘭)을 키운다고 한다. 마지막 취미 순서는 수석(壽石)이다. 돌들은 어떠한 조건도 요구하지 않고 홀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이기적이고 변덕스러운 인간은 사랑 받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사랑을 줄 대상을 원한다. 그 대상이 동물이든, 물고기든, 하물며 돌까지…

 지난 주에 중년의 여자분이 산보 길에 진돗개에 팔이 물려 응급실을 방문했다. 동물에 물리면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일단 세척을 시행하여 물린 상처에서 세균의 수를 줄이고, 항 세균, 바이러스 소독을 시행하게 된다. 동물의 입과 이빨에 있는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은 산소가 없으면 더 활성화 되는 혐기성이 흔하므로 상처를 봉합하지 않고 열어둔 상태로 놔두는 경우가 많다. 이때 개나 고양이의 이빨이나 발톱이 살 속 깊숙이 상처를 낸 경우라면 뼈를 침범하여 골수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감염이 신속히 치료되지 못하면 팔을 절단해야 할 수도 있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전신적인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광견병, 파상풍등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예방접종과 항체 치료도 고려해야 하므로 개에게 물리면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지난 주에 입원한 아줌마도 일주일 넘게 고강도 항생제 치료를 받고, 상처를 꿰메지도 못하고 전박부 (아래팔 부위)의 골수염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수차례의 MRI 검사를 받으며 감염의 진행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한 그 개가 광견병 보균자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해 약 2주간의 잠복기 경과 관찰을 해야한다. 실제로 개에 물린 경우 남이 키우는 개보다 자신이 키우는 개에 물리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개와 인간의 소통은 한계가 있고 개가 왜 무는지 우리는 개에게 물어볼 수도 개가 답할 수도 없다. 먹이사슬의 최 상위로 등극한 인간은 동물들의 공격 능력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늑대가 인간의 보살핌을 받고 개가 되는 과정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약 만년에서 3만년 전에 늑대는 인간의 주거지에서 음식 쓰레기를 얻어 먹다가 늑대로 사는 것보다 인간과 함께 사는 것을 선택했고, 인간은 가축화된 개를 선택적 교배를 통하여 여러 종류의 품종으로 육종하였다. 개는 오래 전부터 사냥, 목축, 경비 등의 목적으로 길러져 왔다. 근대의 개의 품종 개량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영국인인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이러한 개의 품종 개량을 <자연선택>의 인위적 예시로 여러 번 인용한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애완동물로서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내가 어린시절에는 마당에 개의 집을 따로 만들어 키우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개고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겨먹는 보양식이었다. 2-3십년 전부터 개를 집안에 들이고 애완견으로부터 최근에는 반려견으로 신분이 상승하여 가족의 구성원으로 여겨진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제로 자식과 같이 취급하며 애지중지하고 이로 인해 개를 혐오하는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킨다. 더구나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는 문제는 여러가지 갈등의 요소를 품고 있다. 고독하고 소외된 현대인에게 애완견은 반려견이 되어 위로와 공감을 준다. 여자와 아이들 뿐 아니라 남자들도 애완견에게서 영혼의 치유를 경험하는 듯하다. 앞으로 개같다!, 개새끼! 개만도 못하다! 라는 욕설은 사라질 운명에 있다. <개와 일본인은 출입금지>와 같은 문장은 부조리한 언어용법이 될 것이다.

개는 어느덧 인간을 사로잡았다. 마치 식물이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유혹>을 통하여 동물을 불러들이고 지배하듯이. 그러나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가시와 껍질, 독소로 무장하듯이 개도 언제나 주인을 공격할 수 있다.

 

 최정호 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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