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무적함대 (3)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무적함대 (3)
  • 김재춘 기자
  • 승인 2019.10.25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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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얻어 영웅(英雄)의 길 구국(救國)의 길로

 결벽증에 가까울만큼 청렴결백했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는 짚신 한 켤레 받지 않았으며 근친(覲親) 등 사사로이 집에 다녀온다든가 하면 날짜만큼 급료를 반납했다.

 부하들에 공명정대하고 준엄했다.

 그의 난중일기(亂中日記)에는 자신을 비롯한 장병들의 활쏘기 등 군사훈련, 일선 순찰, 임금에 대한 충성과 어머니에 대한 효성, 부정한 상사나 동료들에 대한 개탄과 함께 근무태만자에 곤장을 때리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전쟁이 터지던해 1월16일 일기에는 이웃집 개를 잡아먹어 민폐를 끼친 박몽세(朴夢世)라는 사병에 곤장 80대의 중벌을 내린 기록도 있다.

 근엄하고 과목하여 농담도 잘 하지 않아 친구가 적었다.

 자신이 떳떳한만큼 언행이 언제나 당당했다. 정여립 사건때 순신은 정읍 현감으로 있었다. 보성(寶城)기생과의 이별이 슬퍼 울었다가 누군가가 여립의 죽음을 슬퍼했다고 모함한 바람에 역적으로 몰려 의금부(義禁府)에 끌려가 맞아 죽은 전라도 도사 조대중(都事 曺大中)의 집을 수색하다 순신의 편지가 발견되었다. 조대중과 주고받은 단순한 안부편지였다.

 그러나 그때는 역적 혐의자와 안부편지라도 주고 받았으면 연루자라 해서 잡아 죽이는 판국이었다. 순신을 아낀 의금부도사(수사관)가 편지 발견 사실을 보고하지 않겠다고 호의를 보였다. 순신은 그대로 보고토록 했다. 별탈이 없었다.

 역시 정여립 사건으로 세상이 살벌할때였다. 우의정 정언신이 여립을 비호했다해서 의금부 옥에 갇혔다. 행여 연루자로 몰릴까 보아 아무도 찾아보지 않았다. 정읍현감 순신이 한양에 출장갔다가 정언신을 면회했다. 그가 건원권관으로 있을때 순시차 함경도에 온 정언신이 아버지 부음을 듣고 이순신에 문상을 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 고마움을 잊지 못했던 것이다.

 면회를 마치고 나오다가 의금부 관헌들이 술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무례를 크게 꾸짖었다. 그들이 잘못 보고하면 곤욕을 치를수도 있었다.

 무예의 연마는 물론 각종 병서를 탐독, 풍부한 군사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학문 또한 해박했다.

 발포만호로 있을때 전라도 관찰사 손식(孫軾)이 그를 시험한 일이 있었다. 누군가가 순신이 무식하다고 모함했었기 때문이었다.

 “진서(陳書:중국 진나라 사기:본기 6권 열기 30권) 本紀를 읽어보게”

 순신이 거침없이 얽어내려갔다.

 "학진도(鶴陣圖:수군 전투대형의 하나)를 그려보게”

 순신이 정교하게 그려냈다.

 “어허, 나라의 동량을 해칠뻔 했네” 손식이 감탄했다.

 이순신의 강직한 성품으로 인해 그의 진가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몹시 좋아하고 아꼈다.

 영의정 이원익, 우의정 정탁(鄭琢), 수사 이용, 순찰사 이광, 관찰사 손식, 도사 조헌, 죽마고우 유성룡 등이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문관들이었다.

 이순힌이 영전과 조천, 파직과 복직, 백의종군과 특사가 거듭된 까닭이 여기에 있었고 동서당쟁의 정치적 갈등이 그 배경을 이루기도 했다.

 수길과 달리 그는 철저하게 시대에 순응해 나갔다.

 이순신의 전라좌수사 발탁은 그에게는 영웅의 길, 조선에는 구국의 길, 일본에는 패전의 길이 된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훌륭한 장재(將材)ㄹ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영웅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천시, 지리, 인화가 따라야 했다.

 천시는 수길이 만들어 주었다. 수길의 수륙병진전략은 순신에 기회를 주었다. 지리는 남해의 다도해(多島海)가 만들어 주었다. 총 2,200여개 섬들이 널려있는 남해안은 천혜의 요새가 되어 주었다.

 인화는 전라도 수병들이 만들어 주었다. 특히 여수 수병들은 신라 장보고(張保皐), 고려 삼별초(三別抄) 이래 바다의 용병들이었다.

 명장 이순신은 천하의 용병과 천험의 요새를 얻어 영웅의 길을 달리게 된다.

    

 양재숙(梁在淑) 본사 수석논설위원 

  옮긴이 김재춘(金在春)

 1992년 3월12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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