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무적함대 (1)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무적함대 (1)
  • 김재춘 기자
  • 승인 2019.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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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名將) 이순신, 용병(勇兵)들을 만나다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지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지는 인류 역사의 영원한 미궁이다.

 조선과 일본의 7년여에 걸친 전쟁은 조선에 불멸의 전쟁영웅을 탄생시킨다. 한국인들에 구국의 성웅(聖雄)으로 영원히 받들어지고 있는 이순신(李舜臣)이다. 이 전쟁이 터지기 전 일본에는 이미 풍신수길(風信秀吉)이라는 전쟁영웅이 탄생해 있었다. 이 전쟁은 바로 그가 일으킨 침략전쟁이었으며 조선의 영웅 이순신과의 대결이기도 했다.

 풍신수길은 어쩌면 시대를 만든 영웅이었다.

 1536년 이순신 보다 9년 앞서 애지현(愛地縣:아이지껭)의 중촌(中村:나까무라)이란 마을에서 말단 병졸의 아이로 태어나 8세때 아버지가 죽고 가난한 농부에 재가한 어머니를 따라가 천덕꾸러기로 자랐다. 16세때 집을 나가 당대의 명장 직전신장(織田信長:오다 노부나가)의 당번병이 된다.

 겨울에 노부나가의 신발을 가슴에 품고 자 아침에 따뜻한 신발을 신게할 정도의 정성으로 섬긴 끝에 그의 눈에 들어 무사(장교)의 길에 나선 그는 전투때마다 무공을 세워 노부나가의 1급 심복장군이 된다.

 잔나비란 별명처럼 지독하게 못생겼으나 지혜가 번뜩이는 인물이었다. 47세때 노부나가가 배반자의 불의의 습격을 받아 피살되자 재빨리 그의 자리를 나꿔 채 전국시대 일본의 강자가 되고 55세 되던 해 1590년에는 전 일본 60여 주를 한 손에 거머쥐어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다. 마침내 조선과 명나라는 물론 멀리 인도(印度)까지 정벌한다는 야망을 품고 조선을 침공한 것은 그가 57세가 되던 해였다.

 그는 철저하게 시대를 창조해 나갔다. 한국인들이 그를 어떻게 보든 일본인들은 그를 불세출의 영웅으로 받들고 있다.

 그에비해 이순신은 시대가 만든 영웅일 수 있다. 풍신수길이 만든 시대였다. 1545년(仁宗 元年인종 원년) 3월8일(양력 4월28일) 한양의 양반골 건천동(乾川洞:지금의 인현동仁峴洞)에서 병조참의를 지낸 덕수(德水) 李씨 거의 증손으로 태어났다. 할아버지 이백록(李百祿)이 을묘사화(乙卯士禍)때 희생되자 아버지 정(貞)은 벼슬길에 나서지 않았다. 유성룡도 이 마을에서 태어나 이순신과는 죽마고우(竹馬故友)였다. 순신이 태어날 무렵, 어머니 초계(草溪) 변(卞)씨가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릴만큼 살림이 어려워져 외가가 있는 충청도 아산 백암리(忠淸道 牙山 白巖里:현 현충사 위치)로 이사 그곳에서 자랐다.

 전라도 보성(寶城)군수를 지낸 方진의 딸 상주 방(尙州 方)씨와 결혼한 그는 군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 28세때 무과에 응시했으나 실기시험도중 말에서 떨어져 실패하고 32세때 2월에야 급제, 그해 12월 함경도 최북단 동구(童仇) 비보(非堡) 권관(權管)이 된다. 발령이 늦은것은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무렵 조정은 이미 부패가 시작되어 실력자에 청탁하지 않으면 과거에 급제해도 좀처럼 발령을 내주지 않았다. 늦게야 마지못해 국경선 근처 작은 토성(堡)의 파견대장으로 발령한 것이었다.

35세가 되어 한양에 있는 훈련원 봉사(奉事 종8품)로 승진 이동되었다. 무과고시를 치르고 병사들을 조련하는 곳이었다. 어느날 그는 직속상관 참군(參軍 정7품) 서익(徐益)의 원칙에서 벗어난 인사지시를 거절해 버린다. 소문이 병조판서 김귀영(金貴榮)의 귀에 들어갔는데 김귀영이 마음에 들어 자기 소실의 딸을 순신의 소실로 주려 했으나 실력자의 딸이라 해서 이또한 거절한다. 더욱 마음에 든 김귀영이 이끌어 다음해 36세때 잠시 충청병사 군관(軍官 참모)으로 전근 되었다가 그해 전라도 발포진(鉢浦鎭) 수군 만호(萬戶 종4품)로 승진되어 전라도와 수군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만호란 한 진영의 책임무관이다. 이때 그는 복잡한 남해안의 지리를 익히고 해전에 관한 병서를 탐독, 뒷날 수군 명장의 기초를 다진다.  

    

 양재숙(梁在淑) 본사 수석논설위원 

  옮긴이 김재춘(金在春)

 1992년 3월12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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