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학자 신정일이 발로 걷고 가슴으로 만난 동학농민혁명 전적지
문화사학자 신정일이 발로 걷고 가슴으로 만난 동학농민혁명 전적지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10.0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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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이 제정된 2019년. 문화사학자 신정일씨가 이 같은 기념비적인 해를 쉬이 넘길 턱이 없다. 그동안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해 사람과 땅이 어떻게 서로 살리고 서로 북돋워주는지를 이야기해왔던 그가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길을 나섰다.

‘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답사기(푸른영토·1만4,800원)’은 동학농민혁명의 전적지를 돌아보며 농민군이 탐관오리에 맞서고 외세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자취를 찾아서 기록한 책이다. “땅이 나의 스승이요. 나의 몸”이라는 저자의 신념이 페이지마다 새겨져 있다.

 저자는 남에서 북으로, 해지는 서해에서 해 뜨는 동해로, 길을 찾아 헤맸다.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시작된 동학이 전라도에서 꽃을 피웠고, 충청도, 강원도, 황해도를 비롯한 전역에서 활활 타오르다가 사라져간 흔적을 찾아 부단히 걷고, 또 걸었던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외세에 맞서 구국의 깃발을 든 동학농민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마다 새겨진 이름들을 빠짐없이 기록하고자 했다. 싸움의 승리를 기억하기 위한 전적지 답사가 아니라 싸움의 정신을 기억하기 위한 답사였던 까닭이다.

동학농민혁명의 봉화를 올린 고부 두승산, 녹두장군이 태어난 당촌마을의 고창 소요산, 동학농민군 남진을 지켜본 영광 불갑산, 녹두장군과 나주목사의 담판을 지켜본 나주 금성산, 전주 입성과 전주화약을 바라본 전주 고덕산, 동학농민군의 죽음과 부활을 바라본 공주 주미산 등 한국 근현대사에 우뚝 솟은 봉우리들은 이 땅이 지켜내야 할 약속을 되묻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새 장을 열어젖힌 동학농민혁명 백주년이 되던 해가 1994년이었다.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행사를 치르고 난 뒤 동학농민혁명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잊으려고 해도 가끔씩 생각이 들쑤시고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인가. 동학농민혁명은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를 보여주는 희망인 동시에 아픈 상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신정일씨는 (사)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 국내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쳤다. 이후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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