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작가선’ 정읍출신 윤흥길 중단편선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출간
‘문지작가선’ 정읍출신 윤흥길 중단편선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출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10.0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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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눈으로 다시 읽는 어제의 문학을 표방하며 닻을 올린 ‘문지작가선’을 통해 정읍출신 윤흥길 소설가의 중단편 소설을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올해로 등단 51년을 맞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문학과지성사·1만5,000원)’가 현대문학사에 깊은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을 엄선한 ‘문지작가선’ 시리즈의 다섯번째 책으로 출간된 것.

 같은 작품을 표제작으로 한 두번째 소설집이 지난 1977년 출간되었을 당시, 이듬해 소설가 이문구가 “1977년은 소설가 윤흥길의 해였다”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실제,‘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필두로 연이어 발표된 ‘직선과 곡선’, ‘날개 또는 수갑’, ‘창백한 중년’등 네 편을 통틀어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연작이라 지칭한다.

 이들 작품은 평단에서 1970년대 말 한국 문학의 기념비적인 역작이자 1980년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선구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이번에 ‘문지작가선’으로 다시 묶인 책에는 표제작을 포함해 윤흥길 초기 소설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황혼의 집’과 ‘집’, 분단 문학의 두 가지 방향을 보여주는 ‘무지개는 언제 뜨는가’와 중편소설 ‘쌀’등이 실렸다.

 반세기에 걸친 윤흥길의 소설 세계에서 중요한 지점에 놓인 아홉 편의 중단편을 묶은 셈이다.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황혼의 집’과 ‘집’은 “전쟁 직후의 유년기를 회상하면서도 사실적 재현에 머무르지 않는 윤흥길 초기 소설의 고유한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년의 기억을 가진 인물들이 성장해 현실 속으로 진입한 이후의 이야기가 ‘엄동’과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분단소설인 ‘무지개는 언제 뜨는가’와 ‘쌀’에서는 분단 극복을 다루는 방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책임 편집을 맡은 손정수 문학평론가는 “그동안 그가 써낸 소설들은 주로 분단과 산업화로 인해 발생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포착하여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미학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동시대의 과제에 대한 소설적 대응으로서의 의미는 어느 정도 희미해져 이제 역사회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의 소설은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해석을 낳으며 여전히 문제성을 생산하고 있는 중이다”고 강조한다.

 책에 수록된 아홉 편의 중단편이 과거의 결과물만이 아닌 여전히 힘을 가진 작품임에 다시 한번 힘을 주며, 작가와 작품이 지닌 문학적·역사적 의미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윤흥길 소설가는 전북 정읍 출생으로 전주사범과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1995년부터 2008년까지 한서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했다. 수상경력으로 한국문학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요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등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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