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별곡] 신이 내려준 구기자 수목원에 내려 앉다
[식물별곡] 신이 내려준 구기자 수목원에 내려 앉다
  • 소재현
  • 승인 2019.10.09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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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내려준 구기자 수목원에 내려 앉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먼 산 언저리의 감빛과 고향집 울타리에 심었던 구기자나무 열매는 이보다 더 투명하고 맑은 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햇살이 잘 드는 툇마루에서 토실토실한 찐 고구마와 홍시감을 좋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더없이 풍요로운 가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여기에 건강을 위해서 진하게 다린 구기자차 한 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겠고..!

신이 내린 열매라는 수식어가 따로 붙을 만큼 구기자(拘杞子)는 우리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 비교적 고루 분포하고 있다. 주로 마을 주변과 메마른 들판, 산비탈에 야생하거나 밭 주변에 심어 가꾸기도 한다. 특히 전남 진도지방과 충남 청양군이 구기자의 명산지로 잘 알려져 있고 여기서 생산된 구기자를 최고로 친다.

  청양지방에서 자라던 구기자가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으로 오게 된 스토리가 재미있어 잠시 소개하고 가기로 한다.

  서해안고속도로 건설이 한창이던 무렵 전주수목원에서도 인공폭포와 물을 멋있게 흘러 내리게 하는 계류원을 조성하고 있었는데, 계류의 특성상 자연석이 많이 필요했다. 자연석은 아무 산에서나 채집할 수 없었던 관계로 공사 중인 서해안건설사업단에 요청해서 필요한 만큼의 자연석을 확보했고 계획대로 계류원 조성을 완료했다.

  이듬해 봄에 물이 흐르는 계류의 자연석 상단에서 비교적 많은 개체의 구기자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심지도 않은 구기자가 왜! 어째서 피었을까? 추적해보니 자연석의 산지가 구기자의 고향 청양이었고, 이 구기자나무가 자연석 틈에 섞여 온 것이다.

  서해안고속도로가 청양의 구기자 산지를 살짝 흠집 냈으나 전주수목원에서 건강하게 잘 정착하여 살고 있으니 천만 다행이다 싶었다.

  우리나라의 대표 한의서인 <동의보감>은 구기자를 “성질은 차고(평하다고도 한다) 맛은 쓰며(달다고도 한다)독이 없다. 내상으로 몹시 피로하고 숨쉬기도 힘든 것을 치료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양기를 좋게 한다. 정기(精氣)를 보(補)하며 얼굴빛을 젊어지게 하고 흰머리를 검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오래 살 수 있게 한다.”라고 적고 있다.

  봄에 따는 잎은 구기엽으로서 ‘천장초’라 하고, 여름에 꽃을 채취한 것은 ‘장생초’, 가을에 붉게 익은 열매는 ‘구기자’, 겨울에 캐는 뿌리는 ‘지골피’라 하여 어느 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으니 참으로 완벽한 약재이다.

봄에 구기자나무 가지를 10∼15cm정도씩 잘라서 비탈진 땅에 꽂아보라. 며칠 지나지 않아 뿌리를 내리고 8월이면 꽃이피고 9∼10월이면 열매도 맺을 정도로 가꾸기 쉬운 식물이니 터가 있는 분들은 꼭 시도해 보시고 열매로 건강도 챙겨 보기 바란다.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 소재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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