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정의 - 청년,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세대 간 정의 - 청년,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 김우영
  • 승인 2019.10.07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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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간 불평등은 언제나 있었기 때문에 세대 간의 불평등은 큰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세대 간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면 이는 뉴스가 된다. 최근 사회학적 연구는 세대 간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시대의 절박한 문제로 대두된 청년 세대의 결혼 기피, 인구 절벽은 단순히 청년 세대의 취향의 문제라기보다는 청년 세대들이 현재 세대와는 다르게 취업과 주거, 육아의 문제에서 난관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세대와 동등한 의미에서 취업과 주거, 육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데 기인한다. 청년 세대의 기회 상실은 그들이 문제가 아니라 현재 세대의 자기이익 최대화의 문제일 수 있다.

 세대 간 불평등의 심화는 세대 간 정의 문제를 호출한다. 세대 간 정의는 자연환경 자원의 사용과 소비 측면에서만 요구되지 않는다. 현재 사회의 투자, 문화와 기술,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발생한다. 후손들의 교육, 원자력폐기물의 생산, 경제운용을 위한 재정적자, 은퇴자 연금과 의료보험 등과 같은 문제들은, 청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들에게 일정한 부담과 책임을 강제한다. 현재 세대의 자기이익 증진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사회적 이익과 부담의 분배는 현재 세대와 은퇴 세대, 청년세대와 미래 세대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세대 간 정의가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 이익과 부담의 분배에서 미래 세대를 배려해야 하고, 기회의 균등과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현재 세대가 일정한 희생과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환경, 천연자원과 같은 지구 자원은 현재 세대가 이를 모두 소비한다면, 미래 세대는 존립이 불가능하다. 환경, 자원, 기술과 같은 문화적, 문명적 유산을 현재 세대는 과거 세대로부터 물려받았고, 미래 세대는 현재 세대로부터 물려받는다. 현재 세대가 최대 수혜자인 사회 제도, 문화와 문명들은 과거 세대들로부터의 연속적 계승에 원천을 두고 있다. 각 세대를 포함한 현재 세대는 그들 사회의 문화와 문명의 장점을 보존하고 이미 확립된 정의로운 제도를 유지하여 다음 세대에 계승할 자연적 의무가 있다.

 정의로운 사회는 시민들의 평등한 자유와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사회적 약자들도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최소치를 보장하는 사회일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공공지출이 필요하다. 이는 세금을 통해서 충당된다. 현 시점에서 사회적 최소치의 수준을 최대화한다면 현재의 경쟁적 경제체제의 효율성과 생산성은 유지되기 어렵다. 그럼으로써 미래 세대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장기적으로 문화와 문명의 장점을 보존하고 이미 확립된 정의로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각 세대는 적절한 양의 실질적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이러한 저축은 가계나 미래 생산 수단에 대한 투자로부터 학문과 교육, 육아에서의 투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세대 간 정의의 문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자본 축적을 부담하는 일과 문화와 문명 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이 각 세대 간에 어떻게 조정되어야 하는 가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정의로운 원칙은 이상적으로 본다면 각 세대의 대표자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모인 가상의 상태에서 합의할 문제이지만, 일단은 현재 세대가 선행 세대에게 기대했던 수준, 미래 세대가 현재 세대에게 기대하는 수준 등이 참조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재 세대는 자기이익의 관점에서만 수준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세대 간 정의를 위해서 청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세대 간 불평등의 심화는 최근의 인구 절벽에서 보듯 세대의 연속이 아니라 세대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제도와 문화와 문명은 종말을 고할지 모른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은퇴 세대와 현재 세대가 아니라 청년 세대와 미래 세대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청년 세대, 미래 세대의 교육과 취업, 주거와 육아 문제의 해결이 정책의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전제이다. 한편으로 현재 세대와 은퇴 세대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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